6.25전쟁 계기 대회를 휩쓴 딸아이의 눈물

Posted by 아바래기
2010. 6. 25. 07:0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우리집 큰 딸내미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글짓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곤 했습니다. 딱히 글짓기 학원을 다니게 한 것도 아니고 제가 집에서 코치해준 것도 아닌데 교내,교외 대회 가리지 않고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척척 받아오는 딸은 우리집의 자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딸아이의 글재주는 나날이 발전해서 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교외 대회에 데리고 나가시기 까지 했었죠. 그렇게 딸아이의 글재주를 눈여겨 본 선생님 중 몇분은 글짓기 대회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발표대회에도 딸아이를 내보냈는데 그러던 도중 딸아이는 6.25 전쟁 계기 교내웅변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딸아이는 웅변에 대해선 양팔을 하늘 높이 뻗어 올리며 ‘이 언사 굳게 외칩니다!’라고 소리치는 웅변 끝무리 부분 밖에 몰랐던지라 선생님께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모든지 도전해보는 정신이 중요한거라며 딸아이를 응원해주었고 결국 웅변에 ‘웅’자도 모르는 딸 아이는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열심히 대회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글짓기 대회와 달리 웅변대회는 웅변학원 출신 아이들만의 대회라고 해도 좋을만큼 웅변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참가하는 대회였습니다. 비록 교내대회라고 해도 초등학생에게는 그 대회가 참으로 큰 무대처럼 느껴지기 마련이겠죠? 그래서 딸아이의 부담감은 배가 되었습니다. 어찌나 열심히 준비를 하던지, 자기가 직접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제법 그럴싸한 손동작까지 곁들여가며 대회 준비에 임하더라고요.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고 딸아이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며 다만 실수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한 채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후 의기소침한 모습의 딸아이가 안쓰러워서 전 상은 중요한게 아니라고 아이를 토닥여주었는데 제 위로가 무색하게 딸아이는 대회가 있고 몇 주 뒤 상을 받아왔습니다. 웅변대회에 나가기 전 먼저 나갔던 6.25 전쟁 계기 글짓기에서도, 딸아이를 긴장케했던 6.25 전쟁 계기 웅변대회에서도 모두 우수상을 받아온 것입니다. 가방에서 담담하게 상장 두개를 건네준 딸아이보다 더 들떠버린 제가 격양된 목소리로 딸아이를 칭찬하기가 민망하게 딸아이는 혼자 있고 싶다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전 혹시 딸아이가 내심 최우수상을 기대한 게 아닌가 싶어서 조심스레 딸아이 방으로 따라 들어갔지요.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방으로 들어간 딸아이가 큰 소리로 엉엉 울고 있는 겁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뭔가 심각한 일이 있었나 싶어서 저도 모르게 입을 굳게 다문 딸아이를 채근하기 시작했죠. 제가 괜찮다고 다 말해보라고 하자 그제서야 입을 연 딸아이. 딸아이가 울었던 이유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유였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몇 분전 담임선생님이 6.25 전쟁 계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상을 주면서 아이들에게 일일이 칭찬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거의 마지막으로 상을 받았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지은이는 그 누구보다 6.25 전쟁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고 마음 깊이 6.25 전쟁이 남긴 아픔과 슬픔을 이해했구나!” 라고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길고 진지하게 칭찬해주셨다는 겁니다.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일까? 저는 궁금했지만 끝까지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더라, 나는 단지 상을 받기 위해서 글을 쓰고 웅변을 했던거지 6.25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딸아이가 운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초등학교에 다니는 그 또래 아이들이 6.25의 아픔이나 슬픔을 이해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이고 그렇기에 상 때문에 대회에 참가한다고 해도 그 나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이라고 여겨도 이상할 건 없겠지요. 

근데 우리 딸아이는 그게 납득이 안되고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한참을 울던 아이는 이산가족들이 너무 불쌍하고,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하루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요 녀석, 이토록 그 누구보다 더 나라사랑이 각별한데 뭐가 부끄럽다고 이렇게 울고불고 난리를 쳤던 것일까요? 저는 딸아이에게 넌 충분히 6.25를 이해하고 이산가족의 슬픔을 진심으로 같이 느끼고 있다고 말해주었지요. 제 말을 이해한 것인지 딸아이는 울음을 뚝 끄치더라고요. 

6.25가 다가오면 딸아이에게 그 때 펑펑 울었던 것 기억나냐고 묻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부끄러운지 기억 안나다고 우기는 우리 딸^^ 그 날 이후로 몇년이 지났지만 몸만 컸지 여전히 어리숙한 철부지인가 봅니다.  


6.25전쟁 60주년 기념 온라인 이벤트
On세상에, 대한민국!!

사실상 6.25 전쟁을 교과서를 통해서나 배웠던 젊은 세대들에게 6.25 전쟁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는 캠페인이 진행중이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On세상에, 대한민국!!> 이벤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숫자로 보는 6.25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나는 6.25 전쟁 영웅들 등 등...6.25 전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가는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는 물론이고 그 밖에도 여러 추모 이벤트를 진행중이네요. 자녀들과 함께 비록 온라인이지만 평화의 무궁화도 심어보시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께 추모 댓글도 달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6.25날 아이들에게 뜻깊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다양한 이벤트 뒤에는 푸짐한 경품도 있다고 하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참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6.25전쟁 60주년 기념 이벤트- On세상에, 대한민국!! 바로가기
: http://koreanwar60event.korea.kr/

  1. 오늘이 바로 그날이군요.
    아직도 그 상처를 안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 아닙니까?
    어서 통일이 되어서 분단의 아픔까지 다 치유되었으면 합니다. ^^
    • 충분히 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파격을 입을만한 시점에서 통일이 이루어져야겠지만 심정적으로는 하루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ㅠㅠ이산가족의 슬픔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2. 그 나이에 6.25를 얼마나 이해하겠어요..
    그래도...딸아이가 나중에 운것...참 착한 딸아이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3. 따님이 정말 착하네요 ^^
  4. 따님이 그래두 참 어른스럽네요. 보통아이같으면 상받으면 그저 좋다고 했을텐데 반성까지 하니까요..ㅎㅎ
  5. 저보다 더 어른스런 따님이라...ㅠㅜ
  6. 저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6.25인데
    아이는 오죽 했을라구요.
    그런데도 눈물을 흘리다니..
    따님의 감성이 정말 여리디 여리네요..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