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맥빠지는 막판 3분

Posted by 아바래기
2010. 6. 25. 07:56 아바래기의 세상보기
 성인 연기자와 견주어도 결코 빠지지 않는 아역배우들의 열연과 믿음직한 중년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미친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는 KBS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어제 방영분인 6화를 통해서 주옥같은 아역배우들과 안녕을 고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빵왕 김탁구>를 통속극이라는 장르로 한정해왔는데 지난 5-6화에서는 이러한 장르적 편견을 보란듯이 깨보이려는지 한편의 서스펜스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한 긴장감있는 장면들이 쉴새없이 펼쳐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빵왕 김탁구>의 꼬리표였던 ‘막장 드라마 논란’이 더욱 붉어졌다는게 큰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그 아쉬움만큼 이 드라마의 흡입력과 빠르고 강렬한 흐름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 

 지난 감상평에서도 언급했듯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속 어른들은 자신의 욕망을 아이들을 통해서 이루고자 합니다. 덕분에 어른들의 갈등이 곧 아이들의 갈등이 될 수 밖에 없고, 어른들이 겪는 상처가 몇 배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제빵왕 김탁구>에 나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나름의 사연과 상처를 하나씩 지니고 있습니다. 사연없는 사람, 상처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이 드라마 안에서는 아이들이 가진 사연과 상처는 조금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드라마 속 어른들의 행동들이 하나같이 ‘타당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인물의 행동에 ‘타당성’을 일일이 부여할 수 는 없지만 적어도 ‘진정성’은 있어야 합니다. 인물의 행동에 ‘진정성’이 있어야 인물이 잘못된 행동이나 쌩뚱맞은 일을 저질러도 시청자가 심적으로 그 행동을 이해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인데 <제빵왕 김탁구>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크게 없습니다. 남성 우월주의와 그 시대의 가부장적 분위기는 단순히 시대적 배경일뿐 그것으로 모든 막장적 코드가 덮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외도를 하려는 아들을 눈감아준 일중의 모친과 외도를 했음에도 떳떳한 일중, 마지막으로 불륜녀에 불과하면서도 ‘모성애’를 빌미로 희생양처럼 굴려는 탁구 엄마. 지금으로써는 차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당시에는 있었다는게 사실이지만 그것을 2010년에 방영하는 드라마에 담을 땐 적어도 그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다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탁구라는 인물을 통해서 선의 실현을 보여주고자 하는 <제빵왕 김탁구>는 탁구에게 선의 실현을 가르친 사람이 불륜녀인 자신의 엄마라는 모순을 남깁니다. 그 뿐만 아니라 모순덩어리인 ‘선’을 위해서 ‘악’이 되어야하는 인숙과 승재라는 인물의 ‘막장화’는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당시에 있을법한 일을 다루었지만 그 일을 2010년의 시청자들에게 운명적이고 숭고한 ‘선’의 탄생을 위한 일화처럼 그리는 것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다소 어렵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빵왕 김탁구> 속 어른들은 아이들만큼이나 사연많고 상처많은 인물이지만 그 사연과 상처로 인해 저지르는 일들이 시청자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그에 대비해서 순수하고 떼묻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모순과 탐욕으로 상처받고 사연많은 아이들이 되어가는 과정은 충분한 연민과 공감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탄탄한 아역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세하면서 극의 활력을 아이들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무관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노골적 선악구도에 맥빠졌던 막판 3분! 


 이 드라마에서 아이들의 비중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12년’이 지나버려 사연과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이 되었는데 어제 방영분에서 드라마가 끝나기 3분 전 등장한 성인 김탁구로 인해 그 걱정은 배가 되었네요.

 시청자에게는 아직 ‘윤시윤’이라는 이름보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준혁학생’으로 기억남은 배우 윤시윤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게 보였다는 평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비록 3분이라는 짧은 등장이었지만 결정적 순간이 될 뻔한 어른 김탁구의 등장이 생각보다 허무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도 12년 동안의 성장과정을 생략한 채 보여준 어른 김탁구는 그 전의 윤시윤이 연기한 ‘준혁학생’과 별 다를 바가 없어보입니다. ‘윤시윤’이라는 신인배우의 연기력을 3분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으니 다른 곳에서 드라마 막판 3분동안 느낀 위화감의 원인을 찾자면 드라마가 극단적으로 가벼워져 자연스레 그가 전에 출연한 시트콤이 떠오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시청자에게 큰 칭찬을 받았던 어린 김탁구를 연기한 아역배우 오재무의 탄탄한 연기력을 윤시윤의 연기와 자꾸 비교하는 상황이 어쩔수 없이 펼쳐지고 있네요. 윤시윤이라는 배우를 3분이라는 짧은 출연시간을 가지고 지난 몇화간 극의 활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아역배우 오재무와 비교하는 건 사실상 무리가 있음에도 이러한 비교는 끊이지 않습니다. 그의 등장시간이 짧았건 길었건 결정적 순간의 등장이었기 때문에 그 순간 극이 김빠진 맥주처럼 되었다는 건 많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허나 이는 김탁구를 연기하는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12년 동안 너무 한결같이 자란 김탁구에게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주먹으로 ‘악’을 처단하려들고, 어머니가 알려주신 자신의 이름의 뜻을  또박또박 큰소리로 외치는 김탁구. 물론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켜 제목대로 제빵왕 김탁구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12년동안 성장하지 못한 김탁구로 인해 한동안 극의 활력을 찾지 못할까 우려됩니다. 또한 갑자기 극의 분위기가 반전되어 밝다 못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노골적 선악구도를 보여주려하는 것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구요.

 이미 어른 김탁구가 등장했으니 본격적으로 이 드라마가 두번째 뚜껑을 열었을 때 기대 이상의 연출을 보여주기를 바래야하지만 30부작이라는 비교적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어린 김탁구와 어른 김탁구 사이를 연결하는 청소년 시기의 김탁구를 등장시켰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미련이 남게 됩니다.

  1. 이 드라마 리뷰를 보다 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애들같은 느낌이 들어요.ㅎㅎㅎ
  2. 아..김탁구..요건 아직 한번도못봤네요~ㅎㅎ
    근데 아역중에...장금이 아역이보이는듯한데 맞나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