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만난 조각미남, 알고보니

Posted by 아바래기
2010. 7. 2. 07:00 소소한 일상 이야기


 며칠 전 좀 멀리 사는 동생네가 우리집에 놀러왔습니다. 제 엄마와 붕어빵인 고 집 딸내미는 외모에 한창 신경을 쓸 나이여서 그런지 지난 설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예뻐졌더라고요. 동생 말로는 외모에만 신경쓰는게 아니라 요즘 이성에 대한 관심도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덕분에 최근 우리 발칙한 조카가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부끄럽다고 말하지 말라고 제 동생을 극구 말리던 조카는 나중에 자기가 더 흥분해서 막 열변을 토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흥분한 조카 아이가 들려준 사연은, 조카가 연극을 보겠다고 서울까지 올라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을 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지하철이 한산하여 운좋게 친구와 나란히 앉아서 갈 수 있게 된 조카와 조카의 친구. 둘이 속닥속닥 보고온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도중 지하철 문이 열렸고 한 눈에 봐도 딱 보이는 조각미남이 지하철에 탔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은 조카는 연예인 뺨치게 잘생긴 그 청년에게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네요. 조카의 표현을 빌리자면 첫눈에 반했다고 하면 오버고, 조금 끌렸다고는 하더라고요. 그래봤자 차마 다가가서 말을 걸 용기가 없어서 그저 강렬한 눈빛빔만 보내고 있던 조카, 그런 조카에게 운이 따라준 건지 그 청년이 조카가 앉은 자석 맞은편 자석에 앉은겁니다. 조카는 속으로 ‘올레!’를 외치면서 귓속말로 옆에 있는 친구에게 정말 잘 생긴 남자가 앞에 앉았다고 요란을 떨었나봅니다. 친구도 눈이 있으면 당연히 알아본다며 맞장구를 쳐주었고요. 비단 우리 조카와 조카의 친구만 요란법석을 떤 게 아니라 그 지하철 칸에 타있던 사람들은 한번씩 그 청년을 쳐다봤을 정도로 잘 생겼다고 하니 얼마나 핸섬한 청년인지 상상이 갑니다.

 그렇게 지하철로 10분정도 달렸을까요? 그 핸섬한 청년이 4차원적 모습 또는 숨겨둔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갑자기 이를 내보이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이를 쑤시는거랍니다. 이에 뭐라도 꼈나? 한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이를 쑤시는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조카딸내미는 대수롭지 않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대요. 그런데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팔꿈치로 조카 옆구리를 퍽 쳤다는 겁니다. 왜? 짜증섞인 목소리로 조카가 묻자 그 친구가 귓속말로 앞을 보라고 했습니다.

 뭐지? 하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앞에 앉은 조각미남을 바라본 조카는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검지 손가락으로 이를 후비는 줄 알았던 청년은 사실 손톱으로 이를 살살 긁는 거였대요. 그리고 나서는 그 손가락을, 정확히는 이를 긁었던 손톱을 코로 가져가서 한참 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 때 표정은 말로 설명하기 묘했다고 하네요. 마치 시궁창에 일부러 코를 들이댄 후의 표정이랄까요? 그 잘생긴 얼굴을 구길대로 구기면서 자기 이 냄새를 맡았다는 겁니다. 조각미남에 대한 환상이 깨질대로 깨진 조카는,


“차라리 이를 닦지, 이를 닦어!” 
 

 라고 하면서 친구랑 수근거렸답니다. 조카와 조카의 친구가 한참 있다가 내릴 때까지 그 청년은 자신의 이를 손톱으로 긁어서 코로 그 냄새를  맡는 행위를 계속 반복했고 그 모습이 마냥 웃기고 놀랍기만 했다는 아이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서로의 허벅지를 무식하게 꼬집었다네요. 결국 지하철에서 내린 두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들처럼 깔깔대고 웃었대요. 당연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꽂혔겠죠? 시선을 느낀 아이들은 서로 ‘그만해,그만해’ ‘창피하니까,웃지말자’ 라고 하면서도 서로 눈만 마주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뻥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 고생을 했다고 하더군요. 어찌나 웃음을 참고 있었는지 한번 터지니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죠. 

 순정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이 잘생긴 청년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딱히 보기 좋은 행동 또한 아니었던 이 긁고 냄새맡기를 대놓고 보여주니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러니 잠깐이나마 그 잘생긴 외모에 반했던 우리 철없는 조카는 큰 충격을 받았겠죠? 고백할 용기도 없었으면서 들이대지않길 잘했니, 연락처 안 따길 잘했니 궁시렁거렸던 조카는 그 날 제 동생한테 따끔하게 혼났다고 합니다. 이성에 대한 관심 좀 줄이라고 말이죠. 이것참, 한눈에 끌렸던 상대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4차원적 취미가 있었고 고거에 대해서 철없이 떠들다가 엄마께 된통 혼난 조카가 왠지 발칙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지네요. 

  1. 조각미남인 동시에 조각사이코네요. ㅋㅋㅋㅋ
    • 조각사이코~!
      표현이 탁월하시네요^^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왜 그런 깨는 일을 하는지...ㅎㅎ
  2. ㅎㅎ 상황을 생각해보면 웃음이...ㅎㅎ
  3. 에궁...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겟어요...
    ㅋㅋㅋ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4. 조카님의 아름다운 꿈이 깨어졌네요.ㅊㅊ
  5.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 푸하하........
    조카님 이젠 외모보고 반하거나 빠지는일 절대 없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이런 사람들이 좀 있지요..! ㅎㅎㅎ
  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박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조각미남도 완벽한건 아니였어욧!
  9. 이런...반전이 강했군요.
    조각미남인데 조각난 매너들.....신은 공평한가 봅니다...ㅎ
  10. 조각미남의 일탈이군요!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나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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