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들, 무리수가 빛났다

Posted by 아바래기
2010. 7. 5. 07:00 아바래기의 세상보기

 의의는 좋지만 재미가 부족하다는 평을 연신 들으며, 공익 버라이어티라고 불리었던 MBC 일요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야심차게 준비한 감동따위는 없는 <뜨거운 형제들>이 어제 방송에서 뜨거운 무리수를 한껏 보여주었습니다.

 매주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여 종합선물세트 같은 신선한 즐거움을 줄거라던 초기의 방송 포맷과는 다르게 ‘아바타 소개팅’과 ‘막장 상황극’을 사골 국물 끓여내듯 ‘재탕’에 ‘삼탕’까지 하여 시청자의 우려를 샀던 <뜨거운 형제들>은 어제 방송에서 ‘아바타 소개팅’의 확장판인 ‘아바타 야외 데이트’라는 포맷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겨줬습니다.

 
 격주로 웃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몇 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다른 버라이어티 쇼에 비해서 기복이 심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뜨거운 형제들>에게 시청자는 조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었습니다. 이렇게 뜨형을 향한 시청자의 엄격한 잣대를 100점을 맞을 수 있는데 자꾸만 실수로 문제를 틀리는 아이를 향한 진심어린 충고라고 봐야하는지도 모릅니다. 허나, ‘아바타 소개팅’과 ‘막장 상황극’이라는 <뜨거운 형제들>의 대표 포맷에 대한 비판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주마다 방송 포맷이 변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 MBC 토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KBS 일요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타이틀 그대로 밑도 끝도 없는 ‘도전’을 줄곧 해왔고, <남자의 자격>은 소제목인 ‘죽기전에 해야할 101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각자 큰 포맷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포맷을 바꾼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위의 두 프로그램과는 반대로 항상 같은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스타킹’,‘1박2일’,‘패밀리가 떴다’ 등 정말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물론 위의 프로그램도 항상 똑같은 방송을 찍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똑같은 도화지에 번번히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주마다 방송 포맷이 변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포맷의 변화가 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이미 그려진 그림에서 작고 사소한 그림을 그려넣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예능 프로그램이 모두 주마다 방송의 포맷을 뒤엎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한번 정한 포맷을 쭉 유지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렇다면 같은 포맷으로 1년,2년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왜 <뜨거운 형제들>만은 포맷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요?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그건 바로 <뜨거운 형제들>이 제 2의 <무한도전>이 되기를 시청자들이 바라기 때문일거라고 조심스레 주측해봅니다. 일부 시청자들이 <뜨거운 형제들>과 <무한도전>이 닮은 구석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전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기억하는 <무한도전>을 닮았기 보다는 <무한도전>이 시청률 4%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그 시절과 닮았다는 것입니다. 시청률 4% 때부터 <무한도전>을 시청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릴 수 없는 무한 이기주의와 시끄럽고 정신사나워 수습이 안되는 분위기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 시절 <무한도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원초적이고 독한 웃음을 뽑아냈는데 이 또한 <뜨거운 형제들>의 웃음 포인트와 비슷합니다. 현재 뜨형이 비슷한 포맷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초기 기획의도는 지금의 <무한도전>처럼 주마다 방송포맷이 바뀌는 것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뜨거운 형제들>을 통해 제 2의 <무한도전>, <무한도전>의 독한 버전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뜨형의 닮은꼴 예능 프로그램을 찾자면 <무한도전> 이전에 <라디오스타>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입니다. 뜨형은 흔히 말하는 ‘무리수’와 원초적이고 뻔뻔한 독설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라디오스타>가 ‘리얼 버라이어티’로, ‘게스트’라는 제약에서 벗어났다는 전제 하에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그림과 닮았습니다.
 
 감동과 웃음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많은 A급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무조건적으로 더 큰 웃음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의 본질 때문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이 어디있냐고 물으신다면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A급 예능 프로그램은 적당한 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더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웃음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이 시청자의 눈살을 찌프릴만한 행동이라면, 혹은 ‘무리수’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한다면 자제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웃음만 지향적’ 프로그램은 일단 던지고 봅니다. 말도 안되는 무리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해도 누구하나 수습하는 이 없고, 웃음을 위해서 도 넘은 행동을 한다해도 그것을 정색하고 말리지 않습니다.

 될 때까지 해보거나, 안되면 말거나 라는 정신으로 무장을 했는지 모르지만 <뜨거운 형제들>을 보면 무리수가 빛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 프로그램이었다면 던지는 순간 저 아래로 묻어버렸을 무리수를 웃음이 터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 방치해둡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던진 무리수가 운좋게 터지는 순간 치밀하게 계획된 웃음보다 더 큰 웃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억지스러웠던 ‘막장 상황극’에서 숱한 유행어들이 터진 것만 봐도 그렇고, 김구라-이기광이라는 어색한 아바타 관계에서 말도 안되는 웃음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억지로라도 후배 동생들을 챙기지 않는다는 탁-김-박의 지나친 개인주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입에 한번 모터를 달면 멈출 수 없는 배우 한상진의 수다스러움, ‘가족들과 함께’라는 편성시간에 ‘다이어트’라는 유행어를 창조시킨 쌈디의 능글맞음까지. <뜨거운 형제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고 그래서 뻔뻔하고 억지스러운 상황에서 더욱 빛이 납니다.   

 같은 아이템을 뻔뻔하게 사골국 끓이듯 반복하여 뜨형의 뻔뻔함이 들어나고, 뻔한 상황이 연출될수록 뜨거운 웃음을 나올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어제 편을 통해서 그동안 예능감 떨어지는 멤버로 지목되었던 아이돌 이기광의 예능감이 나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뜨거운 형제들의 빛나는 무리수가 동이 날 때까지, 뜨거운 형제들의 뻔뻔함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1. ㅎㅎ 어제 휘순님땜에 아주 큰웃음을 지었다죠~
    • 막 망가지는 모습~
      다소 주눅든 모습에서 웃음을 자아낸다고 해야할까요? 항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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