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쫓겨난 아저씨의 기막힌 반격

Posted by 아바래기
2010. 7. 8. 06: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지난주 조카아이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발행한 지하철에서 만난 조각미남, 알고보니라는 포스트를 쓰면서 기억난 지하철에 얽힌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어서 오늘 한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한달 전쯤 만들기 재료를 사러 친구와 동대문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편히 앉아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하철에 탔지만 애석하게도 자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에 서서 가고 있었지요. 한 자리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여전했지만요.


Al mal tiempo, buena cara
Al mal tiempo, buena cara by Rodrigo Basaure 저작자 표시

 그렇게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서서 가고 있던 도중 문제의 중년남성이 지하철에 탔습니다. 
등장하는 순간 술냄새가 푹 나는 것이, 암만봐도 술 한잔 걸치고 오신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에 자리는 이미 다른 승객이 차지했는데도 아저씨는 연신 붉게 충혈된 눈으로 빈 자리를 찾더라고요. 한참을 이리저리 쳐다보던 아저씨, 피곤한 얼굴로 지하철 좌석에 앉아있는 아줌마에게 다가갔습니다. 


 “아이고, 다리 아파 죽겠네!”



이 한마디가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취한 아저씨의 나이는 많이 먹어봤자 40대 중반으로 보였고, 좌석에 앉은 아주머니는 50대 후반은 되어보였는데 자리를 양보하라고 압박을 주는 것이었지요. 함께한 승객 모두 그 아저씨를 어처구니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지요. 아이고,아이고! 아저씨는 연신 ‘아이고’를 외치더니 갑자기 방금까지만해도 멀쩡했던 무릎을 두들기시는 겁니다.

 
 “다리 아파죽겠네! 누구 하나 일어나는 놈도 없고! 이 드러운 세상~!” 


 무릎을 두글겨도 그 누구 하나 일어나지 않자 아저씨는 드러운 세상을 외치시면서 쌍욕을 걸쭉하게 뽑으시더라고요. 이쯤되니 가장 불편한 건 아저씨 앞에 앉아계시는 피곤한 얼굴의 아주머니셨죠. 그래도 아줌마는 최대한 태연한 척 눈을 꼭 감더라고요. 그러자 아저씨는 더 열딱지가 났는지 자고 있는 아줌마 무릎을 툭툭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는 상대하기 싫은지 무릎을 칠 때마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기만 하더라고요.
 그 반응에 더 흥분한 아저씨,  


 “씨X! 사람이 아파죽겠다는게 자는 척하고 있네!”


아줌마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는 겁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아주머니가 눈을 부릅 뜨셨습니다. 그러고는,


 “왜 나한테 와서 난리를 쳐요? 내가 만만해 보여요? 나이도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나도 아파죽겠다고요!”


 소리를 뻑지르시더니 맞은편에 앉아있는 젊은 사람들을 손으로 가르키면서 저기 젊은 사람도 많은데 저기 가서 이야기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저씨는 아줌마의 말에도 꿈쩍않더니 에라 모르겠다,하시면서 양반다리로 바닥에 주저앉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연신 입으로는 씨X를 외치셨죠. 또 말도 안되는 소리도 하시더군요. 없는 놈은 자리도 안 비켜주는 억울한 세상이라고요. 아저씨와 아줌마의 싸움으로 순간 지하철 안은 어수선하면서도 싸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저씨 입에서 전과는 차원이 다른 심한 욕이 나왔고 아줌마 옆에 옆에 앉아 계시던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어르신이 결국 한마디 하시더군요.


“나이도 젊은 사람이 입이 왜 이렇게 더러워. 어른 공경도 모르고 말야. 전철 혼자 세냈냐?”


구구절절 옳으신 소리였죠. 그제서야 가슴 속에 불만이 많았던 승객들이 조금만 목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하나같이 그 중년아저씨를 향한 말이었죠. 조용히 좀 해달라, 나이도 젊으신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러시냐…그러면서 짠 것처럼 중년아저씨를 함께 째려보았죠. 잠시 주위 눈치보던 아저씨는 다음 역에서 슬그머니 도망치듯 내리셨습니다. 절대 자기의지가 아니라 주위의 눈총과 웅성거림 때문에 쫓겨난 것이죠. 




 그렇게 조용한 퇴장을 하신 것 같았던 아저씨. 뜨악! 그대로 물러설 아저씨가 아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적당한 사진을 찾았네요. 위의 사진 속 송강호씨가 하는 욕 보이시죠? 

 
 “X까라 마이싱! X까라 마이싱! X까라 마이싱!”

 
사진 속 동작과 함께 욕을 몇번이고 반복하셨습니다. 유리창을 통해 남아있는 승객에게 말이죠. 정말 지하철이 떠날 때까지 유리창 앞에서 ‘X까라 마이싱!’을 반복하시더라고요. 모두 얼빠져서 그 아저씨의 욕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지하철이 움직이고 나서야 일제히 ‘푸하핫!’을 외쳤습니다. 뭐 저런 미친 놈이 다 있냐면서요. 어이가 없어도 이렇게 어이가 없을 수 있는지!

 저는 그 어이없는 상황에서, 승객 모두 그 중년아저씨를 향해 ‘X까라 마이싱’을 했으면 얼마나 웃겼을까 상상했습니다. 주책맞지만 제가 먼저 나서서 맞욕(?)을 했으면 승객 모두 따라했을까요? ㅎㅎㅎ

  1. 세상에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네요.ㅊㅊㅊ
  2. 저건 1960년대에 유행하던 욕인데..........아직도 써먹는군요.
  3. 참 나, 어이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상황입니다. 쩝...

    그 아저씨 어디 가서 몰매나 안 맞을지 궁금하네요.
    • 저 아저씨 성격대로라면 몰매맞아도 몇번은 맞을 것 같아요...^^
      성격이 워낙 장난 아니시니까 말이죠..!
  4. 정신나간 사람...가끔 있어요.
    이런 사람들 일일이 대꾸해도 답 안나오고 그냥 무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듯요.....
    X까라 마이싱...이거 들어본지도 언젠지 모르겠네요...ㅎ
    • 정신나간 사람 만나면 피하는 상책은 상책이죠^^
      X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이런 생각으로 말이예요ㅎㅎ
  5. 어이구 참..ㅋㅋ 어처구니가 없네요;; 저런사람들도 다 잡아갔으면 좋겠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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