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우리딸 납치될 뻔 했던 사연

Posted by 아바래기
2010. 7. 9. 06:00 소소한 일상 이야기


 그저께 딸아이에게 생겨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날 뻔 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누리꾼들 납치 당할 뻔 했던 사연을 읽었을 때는 소름은 돋았지만 제 주위에선 저런 끔찍하고 소름돋을 일이 생길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내 금쪽같은 자식에게 말이죠. 딸아이가 겪은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정신이 다 아찔해지지고 심장이 벌벌 떨리지만 주위에 자식을 둔 블로거분들이나, 위험한 세상에 노출된 여성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딸아이가 겪은 납치수법에 대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Skipping Schoolgirls outside Victoria Station, London by UGArdener
저작자 표시비영리

 중학생인 딸아이는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친구랑 같이 하기위해서 그제 저녁 여섯시쯤에 동네 근처 역으로 나갔습니다. 친구랑 그곳에서 만나서 친구네 집으로 갈 예정이었던 것이죠. 문제는 딸아이가 약속시간보다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하면서 생겼습니다. 친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그 사이 역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 들려서 과자라도 사려고 했던 딸아이를 누군가 쫓아왔다고 합니다. 혹시 수상한 남자인가해서 뒤를 돌아보니 자기보다 한 두살 많은 것 같은 언니 두명이 자기쪽으로 미친듯이 걸어오고있는 예요. 딸아이는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냥 어디 빨리 가는가보다 하고 그들을 무시한채 길을 건너려 신호등쪽으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팍! 하고 제 어깨를 누군가 잡았다는 겁니다. 

 “너 가출했지?”
 “가출요? 전 아닌데요.”
 “보니까 맞네 뭐. 네가 가출한다고 했잖아.”


 생판 모르는 사람에 손길에 깜짝 놀란 딸아이가 뒤를 돌아보니 아까 저를 따라오던 여자애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위의 대화처럼 딸아이에게 다짜고짜 같이 가출하기로 한 애가 아니냐면서 딸아이를 억지로 붙잡는거래요. 당황한 딸아이는 자기는 가출하려는 거 아니다, 사람 잘 못 본 거라고 또박또박 상황을 설명했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정말로 그 여자아이들이 자기를 딴 사람으로 착각한거라고 생각했다네요. 근데 딸아이가 기껏 설명을 해주고 자기 갈 길을 가려는데도, 

 “지금까지 너 기다렸단 말이야. 네가 같이 가출하자며?”
 “그래.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했잖아. 빨리 가자!”

 둘이서 따발총처럼 다다다다 딸아이에게 말을 쏘아대면서 억지를 부렸다고 하더라고요. 이쯤되니 딸아이는 이 여자애들이 소위 말하는 ‘삥’이나 뜯는 불량학생들이라고 판단했대요. 그래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죠. 여차해서 안되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고요. 어쨌든 딸아이는 최대한 마음을 침착하게 먹고 기회를 봐서 신호등을 건너 편의점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대요.

 “전 그런 약속한 적 없거든요? 지금 엄마랑 만나려고 기다리는거거든요?”

이렇게 딸아이가 엄마랑 약속잡은 것처럼 이야기 하니까 억지를 부리던 여자애들이 좀 주츰하더래요. 그래서 이 때다 싶어서 딸아이가 횡단보도로 얼른 걸었대요. 근데 아직도 포기를 못했는지 그 여자애들이 계속 따라붙는 거랍니다.

 “너 그럼 가출한 적 없어? 가출하고 싶은 적은?”
 “그런 적 없어요.”
 “언니들이랑 가출 안 할래? 언니들이랑 같이 가자.” 


 이제는 자기들이 기다리던 아이가 아니여도 상관 없다는 겁니다. 무조건 자기들이랑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죠. 같이 가출하자고 하면서요. 딸아이는 정말 수상한 사람들이다, 이대로 끌려가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때마침 신호가 변했길래 냅다 달렸답니다. 적지만 주위의 사람도 있고 일단 달리기를 좀 잘하니까 미친듯 뛰어서 가려고했던 편의점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엄청 긴장하고 달려서인지 숨이 막 찼지만 숨을 고르기도 전에 혹시나 해서 편의점 밖을 살피니까 그 여자애들이 편의점 앞까지 따라와있었다는 거예요. 

 문 하나를 두고 눈이 마주쳤으니 얼마나 긴장이 되었겠어요. 여기까지 쫓아 들어오면 어쩌나. 딸아이는 이 때 저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와달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부르더라고요. 이 전화를 받고 제가 얼마나 식겁했는지 몰라요. 어쨌든 딸아이가 일부러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면서 통화를 하니까 고것들이 막 짜증을 내면서 편의점 앞에서 얼쩡거렸다고 합니다. 그 때 저 신호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다가온 겁니다. 일행으로 보였대요. 

 “너네 아직도 못 찾았어?”

 되게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두 여자애를 다그친 애도 그 또래로 보였는데 막 어른이 아이 혼내듯이 그 두 명을 혼내더니 손을 잡고 둘을 맞은 편으로 데려갔다 합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만 해도 저는 ‘삥’ 뜯는 불량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삥 뜯길뻔한 것도 대수롭게 여길만한 사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창시절 한두번 몹쓸 학생 때문에 삥뜯긴 경험 있는 아이들도 꽤 되니까 그래도 그런가보다 할 수 있었죠.
 근데 제 생각을 말해주자 딸아이가 단순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거예요. 제가 왜? 하고 물으니까,

 “그 여자애들이 길을 건너서 역 쪽으로 가서는 거기 주차되어 있는 차에 하나같이 올라탔단 말야.”

 이렇게 대답하대요. 요즘 TV에서 납치 수법 같은 걸 자주 보여주다 보니까 봉고차에 우르륵 아이들이 탔다는 것만으로 이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란 걸 딸아이가 눈치챈 것입니다. 요즘은 가출한 아이들이 봉고차를 타고 다니나요? 봉고차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에 정신이 아찔해지더군요. 

 딸아이가 뭣도 모르고 그 아이들을 따라갔다면, 아니면 그 여자애들이 억지로 딸아이를 끌고갔다면…상상도 하기 싫어집니다. 금쪽같은 우리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이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요즘 세상 흉흉하다는 건 알았지만 우리딸 또래의 어린 학생들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다는 사실에 세상 참 각박해졌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렇게 위험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 자녀를 지키려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처음보는 사람을 조심 또 조심하고, 아는 사람이더라도 조심해야한다고 가르쳐야 한다는게 안타깝습니다. 

 최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할아버지,할머니가도 조심하라고 가르친다던데 예전의 훈훈한 정이 있던 사회가 그리워집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사람을 의심해야하는 사회가 아닌 사람을 믿어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1. 도를 믿으십니까 수준이군요.. 조심 또 조심...
    • 무조건 잡고 끌고가도 그 또래로 보여 위협적인 상황으로 안보이는게 더 무서운 것 같더라고요...결론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하는 것이죠.
  2. 이러니 부모들이 애들을 과잉보호할 수밖에...
    과잉보호라고 말하기도 뭐하네요...세상이 이러니...
  3. 흐아~~~ 큰일 날뻔했네요. 과연 봉고차가 어디로 데려갔을지 상상 만 해도 끔찍합니다. 헐.....
  4. 참으로 황당한 사건들이 발생하는군요.
    세상이 왜이리 어지러운지~~ 정말 조심해야 겠군요.
    • 남녀노소 모두 조심해야하고 경계해야하는 세상입니다.
      각박해서 이거 어떻게 살라는건지 모르겠어요
  5. 정말 큰일날뻔 했네요..
    따님이 많이 놀랐겠어요..
    정말 무서운 세상이네요~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겠지요..

    주말 잘 보내세요..^^
    • 예...
      정말 큰일X100인 일이 일어날 뻔 했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Sun'A님도 주말 잘 보내셨길 바라요^^
  6. 님의 글 읽으니
    작년에 학교앞에서 납치당할 뻔 한 여고생사연이 떠오르는군요
    다들 긴장해야하는 세상이라 참 답답합니다.
  7. 큰일날 뻔 했네요. 이긍...
    무서운 세상입니다. 쩝^^
  8. 이런..

    하여튼 이래저래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까 하여 트랙백 하나 걸고 갑니다.
    • 트랙백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지킬 방법을 하루 빨리 찾아야만 할 것 같네요...
  9. 이런 흉흉한 일들이 넘쳐나니
    정말 애들을 보호할수 밖에 없는 일들이...써글..ㅠㅜ
    • 그러게요.
      아이들 문제만 봐도 오루니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이 하나 못 지키는 게 정말 선진국일까요?ㅠㅠ
    • 2010.07.09 17:08
    비밀댓글입니다
    • 마음 같아선 끼고 살고 싶네요.
      워낙 세상이 위험하니까요^^; 블로깅 다시 시작하신거 축하드려요~!
  10. 정말 큰일 날뻔 했네요.
    그래도 따님이 침착하게 대처를 잘해서 다행이에요~
    • 집에서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가르켰더니
      그 상황에서 최대한 재기를 발휘한 것 같아요. 대견합니다^^
  11. 그런 방법을 쓰면서까지 납치를 하려하다니 정말
    세상 무섭습니다.
    뭔가 정부에서 특별단속이나 전담팀을 만들어서라도
    단속을 해야지 정말 큰일 나겠습니다.
    따님 지혜롭게 대처했군요.
    다행입니다.
    • 크게 소탕해서 이 땅에 다시는 아동 성범죄/납치사건이 못일어나야 할텐데 말이죠ㅠㅠ
      그나마 딸아이가 현명하게 대처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2. 저런.. 큰일날뻔 했네요.. 요즘은 납치수법도 가지가지네요.. 아이들 키우는게 겁나네여ㅠ
    • 2010.07.10 22:46
    비밀댓글입니다
  13. 큰 일 날뻔 했군요...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어찌..지켜나가야 할지...ㅠㅠ
  14. 아직도 이런 수법이 있군요ㅡㅡ; 이 글 제 트윗으로 리트윗하고싶군요. 아무튼 요즘 딸이군 아들이군 조심할 수 밖에 없어요ㅠㅠ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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