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에게 뒷통수맞고도 웃어야만 했던 이유

Posted by 아바래기
2010. 10. 27. 06: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지난 일요일 저녁,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실장으로 있던 언니가 저녁이나 먹자고 아바래기를 불러냈습니다. 나는 본지도 오래됐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기분좋게 약속장소로 나갔죠. 저를 보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언니! 우리는 가볍게 저녁을 먹고 언니가 차 한 잔 하고 가자고 해서 가까운 커피숍에 들어갔습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한 언니, 제가 몇번 찔러보니 바로 입을 열더군요.

 “내가 속이 터져 죽을 뻔 했어! 홧병 나도 벌써 났다”

나는 무슨일인가 궁금해서 언니에게 차근차근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이것 참 말꺼내는 것조차가 창피하다…언니는 그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언니는 사실 ○○대리점의 실장이자, 사장님의 아내인 사모님입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것이지만 사모님 대접은 고사하고 그 어느 직원보다 열심히 일을 해서 제가 참 동경하는 분인데 그런 분이 지금껏 직장생활한 것 중 가장 기가 막히고 화가 치미는 일이라고 말해준 오늘의 사연은 듣는 저도 얼굴이 화끈해지는 사연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달은 한 달전, 언제나 그래왔듯 직원들이 퇴근한 후 사장 부부는 회사 뒷정리를 하고 조금 늦게 퇴근을 하려했습니다. 그런데 직원 중 한 명이 실수로 컴퓨터 모니터만 끈 채 본체는 끄지 않고 간 것을 발견했죠. 어쩔 수 없이 실장언니가 컴퓨터를 대신 끄려고 모니터를 켰더니 네이트온이 켜져있더라고요.

 이 회사가 워낙 바쁜 회사인지라 네이트온을 통해 직원들이 간단한 업무보고 및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아마 그 날 정신이 없던 직원이 네이트온조차 끄지 않고 집에 간 듯 싶더라고요. 

 “어,이게 뭐지?”

실장언니가 별 생각없이 네이트온을 끄려는데 쓰다만 쪽지창이 눈에 확 들어왔다고 해요.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실장 뚱땡이년 존나 재수없는 것이...옷이 저게 뭐야]

바로 실장언니의 뒷담화였기 때문이죠. 한달이 지난 지금도 쪽지 내용을 기억할정도로 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대화함을 열어버린거죠. 사실 이게 옳은 일은 아니지만 딱 까놓고 저라도 봤을 겁니다. 어쨌든 언니가 연 대화함은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였죠. 이번이 처음이 아닌듯 실장언니에게 뚱땡이년’이라는 별명을 붙여서 직원 몇몇이 뒷담화를 크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장언니의 남편인 사장님의 욕도 장난이 아니었대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잔뜩,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다네요. 제가 대충들은 것만 해도, 언니한테는 ‘뚱땡이년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옷을 그따구로 입냐’ ‘씨X 존나 잔소리 까네’ ‘꼴같지도 않는 우아떨고 싼다’ 등의 욕을 하고 사장님께는 기본적으로 ‘씨X놈’을 붙여가면서 ‘씨X...회사에 왜 그렇게 자주들어오는 거야?’ ‘쌍놈의 새끼, 둘 다 세트로 밥맛이야’ ‘끼리끼리 잘 만났다’ 등 등 심한 욕을 했다고 합니다. 

 언니에게 들은 욕이 더 있지만 여기 차마 올릴 수준이 아니라…이렇게 욕한 것도 소름돋는데 이런 사정을 모르는 부하직원이 다음날 먼저 다가와 ‘언니 오늘 너무 예쁘네요’ ‘옷빨이 제대로네요’ 등의 아부까지 떨었다고해요. 덕분에 그 날 언니는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집으로 갔다고 해요. 도저히 직원들 얼굴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죠. 이쯤되니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대체 누가누가 그런건데?”

 저는 웬만한 직원들 얼굴을 다 아는지라 물어봤더니 언니의 답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다른 직원도 아닌 회사 초창기부터 함께한, 말그대로 가족같은 직원들이 그런 심한 욕을 한 것이지요. 제가 아는 바로는 진짜 친언니동생 사이처럼 지낸 걸로 알고 있었는데…이런거야 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격이죠. 

 나도 그 언니만큼 충격을 받아, 처음엔 이 사실이 믿기지 않더라고요. 하긴 제가 회사를 둔 지 좀 됐는데…사람이란게 변하기 마련인가봐요. 어쨌든 전 언니에게 그 후로 어떻게 대처했냐고 물어봤죠.

 “떡 하나 더 줬어.”
 “뭐?”
 “미운 놈 떡 하나 더준거지 뭐.”


 지금은 애써 담담하게 말했지만 언니가 그 충격적인 사실을 사장님께 털어놓고나서 펑펑 울었다고 해요. 부하직원에게 실망한 것보다 친한 동생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미워서 그 자리에서 전화로 해고해버릴까, 확 잘라버릴까 결심도 했다고 합니다.

 “이 사람아, 뒤에서는 대통령 욕도 하는 세상이야.”

이 때 남편인 사장님이 한마디 했다고 해요. 

 “나도 물론 괘씸하고 분하지만 우리에게 뭔가 잘못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언니는 뭔 소리냐고 했는데 사장님은 차분히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우리가 모르는 불만들이 있었겠지,라고 말씀하셨대요. 그렇게 일주일, 언니는 그 뒷담화에 동참한 직원들을 자를까 말까 분해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우리가 좀 더 잘해주자고, 뭔지는 모르지만 고쳐보자고 언니를 다독였고 그 이후로 사장 부부는 더 많이 웃고 더 친절하게 부하직원들을 대했대요. 

 “그것들이 그런다고 고마워하디?”

나는 도통 언니의 결정이 이해가 안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언니 왈,

 “속은 모르지. 근데 겉으로 보기엔 회사 분위기도 밝아지고 능률도 많이 올랐더라.”

이것도 전화위복이라면 전화위복이겠지요? 하지만 이 일 이후로 언니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물질적인 것만이 전부가 아닌지 회의감에 빠졌다고 합니다.

 직장생활 어렵고 힘든 건 알지만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넘어 10년동안 언니동생 하면서 집안의 경조사는 물론 명절까지 챙겨준 언니한테 상사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상처를 주는게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요?

 오늘 아바래기는 사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1. 이 정도면 뒷담화의 정도가 너무 심하네요~~~
    그것도 믿었던 부하직원에게..ㅎ
    잘보고갑니다~~~
    • 2010.10.27 07:14
    비밀댓글입니다
    • 차마 앞에서 말할 수 없는 불만사항을 털어놓는 정도를
      넘어 한 사람을 흠집내기 위한 뒷담화...
      이건 문제가 있는 거겠죠ㅠㅠ
  2. 아...치열한 생존경쟁의 모습이 물씬 풍기는데 꼭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
  3. ㅋㅋ 실장 뚱땡...ㅋㅋㅋㅋ 한참 웃었지만.. 당사자라면 황당했을것 같네요..^^
  4. 배신감을 느끼셔서 다르게 행동할 법도 했는데.. 잘 처신하신 모양이네요..
    대체 어떤 경우가 되면 저렇게까지 막말을 해도 되는 건진 모르겠지만..
    겉다르고 속다른 건 역시 .. 싫더라구요..
  5. 허걱...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더니..
    참..요상한 세상입니다. 쩝~
  6. 뒤에두고 저렇게 험담을 하다니 좀 심하네요..
  7. 그래도 좀 심했다는...
    그러길래 어떤사황에서든 뒷처리는 말끔히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된다는 교훈을
    배웠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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