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 번 울린, 잿밥에만 관심많던 간병인

Posted by 아바래기
2010. 11. 2. 06: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엄마가 치매와 건강악화로 인해서 병원에 입원한 일에 대해 몇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관련 포스트,엄마의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몸도 많이 쇄약해지시고 점점 기억도 흐릿해지시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가슴이 저며올 뿐입니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아프시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우리곁에 계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이렇게 가면 갈수록 쇄약해지는 엄마를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 몰래몰래 눈물을 훔쳐야만 했는데 어제는 어머니 때문에 한 번 울고 환자와 그 보호자를 전혀 배려않는 간병인 때문에 두 번 울어야만 했습니다.

-영화, 애자의 한 장면
 사실 간병인 때문에 분통터지고 속상한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몇개월전 저희 엄마를 진정으로 보살펴주시던 간병인께서 개인사정으로 그만 두신 후 들어온 새 간병인 때문에 지난 몇달간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우리 자매들이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어디서 일하시다 온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간병인의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그동안 겪은 일들 하나하나 말하다보면 끝도 없겠지만 그래도 몇개 추려 이야기해보자면, 언니들이 엄마를 휠체어에 모실 때 스스로 알아서 도와주기는 커녕 도와달라는 말도 무시한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 도와준다해도 시늉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받은 큰 언니가 혼자 엄마를 옮기다가 허리가 삔 적도 있고, 기껏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가져가면 상할 때까지 방치한 적도 많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엄마가 치과치료 때문에 음식을 드실 수 없어서 죽을 집에서 끓여갔어요. 그 자리에서 한끼 저희가 챙겨드리고 간병인분께 부탁드려 제발 다음 끼니에도 챙겨드리라고 했지요. 그러나 우리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죽은 어김없이 방치되어 쉬어 버렸습니다. 

 음식 따로 챙기는 거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부탁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위생도 지켜주지 못해 충치가 생기고 없던 무좀까지 생겨 치료를 이중삼중으로 받게 되었네요. 이쯤되면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을 할법도 한데 미안하기는 커녕 오히려 큰 소리를 칩니다. 다 우리가족이 잘못한거고 자기가 끝까지 옳다고요.  

 이런 주제에 또 잿밥에는 관심이 왜 이리 많은지! 노골적으로 다른 환자 보호자와 비교를 하면서, 다른 보호자는 얼마전에 떡을 돌렸네, 자기한테 화장품선물을 사줬네 하면서 우리들 들으라는 듯이 떠들어댔어요. 단연 뭔가를 바라는 눈치였죠. 우리도 눈치껏 지난 추석에 돈봉투와 선물세트를 보냈는데 그새 또 무언가를 요구하는 거였어요. 이것 참. 암암리에 다 그런거라면서 너스레까지 떠는데 기가 막힙니다. 
 

 그동안 이렇게 많고 많은 일이 있었는데 왜 참고 있었냐 하시겠지만 우리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요. 저는 무조건 병원에 컴플레인을 걸자는 쪽이었어요. 막말로 그 분들이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아니고 우리가 기대 이상의 것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저 기본만 해주기를 바랬는데 그것조차 못하는 사람을 왜 그냥 봐야하는지 기가 막혔죠. 근데 언니와 다른 동생들 이야기는 달랐어요.

 언니와 동생들은, 엄마가 정상도 아니고 치매신데 우리가 한바탕하고 가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그 화가 거꾸로 엄마한테 돌아갈 경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냐고 저에게 묻더라고요. 엄마가 지금 자기가 당한 해꼬지를 기억하실 상황이 아니니까 더욱 곤혹스럽다고 하는 거였어요. 제 성격상 이런 거 잘 못 묻어두지만 언니와 동생들 이야기를 들이니 진짜 엄마를 생각한다면 어느쪽이 옳은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참아보기로 했죠.

 그러나 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일이 터졌습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목요일 엄마를 만나러 병원에 가는데 이번주는 따로 약속이 잡혀서 어제 미리 다녀오기로 했죠. 병실에 올라가는데 얼핏 엄마 담당인 간병인이 다른 간병인들 몇 명과 복도에서 수다를 떨고 있더라고요. 꼴도 보기 싫어서 인사도 안하고 쓰윽 스쳐 지나가 엄마 병실로 들어갔죠.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엄마가 이 추운 날에 런닝셔츠 하나 입고 얇아빠진 담요를 두르고 계시더라고요. 담요도 주스 같은게 묻어서 축축하기 짝이 없었어요. 어떻게 된 거냐고 다른 할머니께 물으니 엄마가 실수로 주스를 드시다 엎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옷을 새로 가져다 주려고 나갔나보다 했죠. 근데 이 상태로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간병인이 들어오지 않는거예요. 제가 입던 겉옷을 엄마께 드리고 간병인을 찾아 나갔어요.

 사실 찾을 것도 없더라고요. 아까 그 자리, 복도에서 여전히 수다를 떨고 있는거예요. 내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걸 누르면서 여기서 뭐하시냐고 물으니 놀란 기색이었어요. 

 “아니, 어머님이 주스를 흘려가지고 환자복 가지러 나왔어요. 지금 막 가려고 했는데~”

나는 어이가 없어서, 

 “저 온지 한 20분이 넘었거든요?”

격양된 목소리로 따졌어요. 제가 뭔가 더 따지려고 하니까 후다닥 병실로 가서 엄마 옷을 입혀드리더라고요. 여기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어요. 나는 열이 받아서, 

 “아줌마! 이렇게 옷을 홀딱 벗겨놓고 20분씩 자리를 비운다는게 말이나 돼요?”
 “아 환자복이 없어서 찾느냐고 그랬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 마시고 여기 담요도 젖은거 안보여요? 아줌마 너무한 거 아니예요?”

제가 처음으로 언성 높여서 말하니까 놀란건지 아줌마는 잠시 주춤하더니 실내가 따뜻해서 오죽하면 할머니들이 옷을 벗고 생활하신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거예요. 

 “아줌마 우리 엄마 감기 걸리면 책임질 수 있어요? 가뜩이나 요즘 몸도 안 좋은데 책임질 수 있냐고요?”

마지막으로 따지니 그제야 조용해지더라고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아줌마한테 당장 담요를 가져다달라고 하니 멀뚱히 서있기만 하더라고요. 내가 채근을 하니 그제서야 입을 삐쭉거리면서 담요는 1개씩 배급된거라 더 이상 못 받아온다고 내일이나 되야 받는다고 하는거예요. 제가 화가 너무나서 지나가는 간호사님을 붙잡고,

 “이 병원은 개인당 담요가 1개 밖에 안돼요? 담요가 젖어도 그냥 쓰지 말아야 돼요?”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간호사님이 당황을 해가지고 아니라고 하면서 당장 담요 하나를 가져다 주시대요. 이 모습을 또 멀뚱히 지켜보던 간병인은 얼굴이 쌔빨게져서 중얼중얼 거리대요. 저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는 것 같아서 이 병원에 원무과 과장으로 있는 제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사실 그동안도 너무 답답한 마음에 몇 번 간병인에 대해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아쉽게도 병원 특성상 간병인은 용역업체에서 별도로 관리하는거라 큰 사건이 아니고서는 병원에서 직접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고 했거든요. 그러나 이 일은 말그대로 큰 일 아닙니까? 

저는 그 날 있던 모든 일에 대해 털어놓으며 이건 전처럼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말했죠. 친구도 이건 정말 심각한 일이라면서 가만히 못두겠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흥분해서 제가 뭔 소리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납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그 아줌마가 그만두던 우리 엄마가 병원을 옮기던 둘 중 하나라는 거지요.

 가족 중 아픈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매사에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프기 마련입니다. 특히 하루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는 엄마를 보면 그 먹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고, 일주일에 한번씩 엄마를 보고 오는 날이면 눈물이 핑 돌고 맙니다. 이렇게 몸이 아픈 환자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보호자를 뻔뻔하고 이기적인 간병인이 두 번 울리고 말았습니다. 적어도 잿밥보다는 환자에게 관심을 더 가졌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노골적으로 돈봉투나 선물을 바랄 시간에 보호자의 마음을 한번 더 헤아려야 했던 거 아닐까요? 

 정말 가족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시는 간병인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나마의 위안이 되고요. 그러나 오늘 양심없고 뻔뻔한 간병인 때문에 우리 가족이 받은 상처는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1. 남을 위하는 마음이 없이는 간병인을 할 수 없겠지요~
    좋은 아침입니다.
  2. ㅜㅜ
    정말 맘이 아프네요 ;;

    병원에 계시던 어머님 생각도 나구요 ㅜㅜ
  3. 간병인은 아무나 못하는 직업같더라구요.
    희생정신 없이는...ㅠ.ㅠ

    잘 보고 가요.
    즐거우ㄴ 하루 되세요
  4. 그렇게 남을 위하는 마음이 없으면서 하필 간병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다니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5. 요즘 김영애 아줌마 티비에 잘 안나오시네요 ㅎ^ 연기파신던뎁 ^^
    오늘도 행복이 묻어나는 하루 되셔요^
  6. 정말 부도덕한 간병인이네요~ 간병인도 직업이지만 그 전에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진 사람만 뽑았음 좋겠어요~
  7. 아,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저도 눈물이...전 간병인 안썼어요...정말 제대로 된 간병인 찾기 힘들었어요...ㅠㅠ
  8. 너무하네요. 저런 마음보로 간병인을 하다니...
    저는 어머니 이웃분 문병갓다가 아주 좋으신 간병인을 뵈었었는데 ..
    좋은분 만나기 힘든가봐요.
  9. 정말 그런것 같아요.
    저희 어머님이나 아버님 수술도 많이 하셔서
    간병인분들 차이가 정말 많더군요.
    애정을 가지고 하시는 분도 있고
    돈만 밝히는 분도 있다죠.
  10. 그 간병인 소속 에다가 전화를 해보시지 그랬어요~
    전 간병인 많이보았지만 정말 잘해주던데...
    너무 하네요~
  11. 마음이 아프네요. 화도 나구요. 옳게 정정하지도 못하는 상황도 답답하고..
    속상하시겠어요. 힘내시고요.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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