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비관 자살문자를 받고나서…

Posted by 아바래기
2010. 11. 23. 06: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어제 저녁 떡볶이가 먹고싶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분주히 아바래기표 떡볶이와 어묵국을 만들어 한 상 차리고 나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넘었더라고요. 어제따라 퇴근이 늦은 남편을 기다려 같이 밥을 먹으려고 아이들 상만 차려주고 안방으로 들어왔는데 제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하나 와있더군요. 저는 남편인가 싶어서 확인을 해봤는데 문자를 읽는 순간 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아마 친구 이름인듯 싶은 ○○이라는 친구에게 보낸 문자가 실수로 저에게 들어온 것 같아서 아무래도 문자를 잘못보낸 것 같다고 답장메시지나 넣으려 내용을 대충 훑으려 했는데 문자메시지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겁니다. 매년 수능이 끝나고나면 어김없이 수능성적을 비관한 수험생들의 안타까운 자살소식을 접하곤 했는데 문자를 읽는 내내 그 수능성적 비관 자살이라는 꺼림칙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힘들어서 해본 소리려니 넘기려해도 문자메시지 끝부분이 될수록 저의 불안한 느낌은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는거였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떡볶이를 열심히 먹고 있던 큰 딸에게 가서 문자를 보여줬습니다. 딸아이도 놀랐는지 얼굴이 굳어지면서,

 “얘 이러다가 자살하는거 아니야? 이거 어떻게 하면 좋아!”

저보고 먼저 전화라도 해봐야하는 것 아니냐, 이건 어디다가 신고할 수 없는거냐 하면서 걱정을 하더라고요. 저 역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급한대로 통화버튼을 눌러보았습니다. 그런데 통화연결음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래도 하는 마음으로 몇 번이고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역시나 학생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모른체 하는 것은 왠지 아닌 것 같아서 음성메시지를 따로 남길지를 고민했습니다. 제가 너무 오지랖을 떠는 건 아닌지, 괜히 남의 일에 참견하는건 아닌지 고민이 되었거든요. 근데 제가 그렇게 고민할 때쯤, 그 학생으로부터 ‘누구세요?’라는 짤막한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문자를 찍기 시작했어요.


 사실 제가 너무 뜻밖에 메시지에 놀란 상태라 저조차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문자를 찍어댔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최악의 상황만은 막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거든요. 일단 문자로 할 수 있는 말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최대한 통화를 하자는 쪽으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혹여나 이 문자를 보내는 사이에도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다급했는지 몰라요. 아무튼 제가 그렇게 한창 문자를 찍어 보내고 나서 저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답변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근데 답변은 오지 않더라고요. 5분이 되도, 10분이 되도…혹시나 해서 전화를 또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더라고요. 괜찮다는 간단한 답문자라도 왔으면, 그게 아니면 그냥 전화를 받아서 이젠 괜찮다고 하는 말이라도 들었다면…제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이것을 어디다가 신고를 해야하는건 아닌지, 신고를 한다면 어디다가 해야하는 건지…머릿속이 하얘져버린지 오래였습니다. 어느덧 제가 문자를 보낸지 약 한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저는 더 이상 이 상황을 기다릴게 아니라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할거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근데 그 때 다행히도 그 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정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어요.

    
  저의 오랜 기다림이 무색할정도로 문자메시지 한 통에 제 걱정이 녹아내리더라고요. 한 시간동안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문자였습니다. 저는 천만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요. 어린 학생이 순간의 판단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나도 모르게 하늘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문자 때문에 학생이 마음을 바꾼 건 아니겠지만 아마 우리 아이들과 몇 살 차이 안나는 그 어린 학생이 이렇게 마음을 바꾼 자체가 기쁘고 고마운 일이었지요. 그 순간 저는 그 학생만 원한다면 따뜻한 밥이라도 먹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도닥여주고 싶었지만 아마 더 이상 제가 참견한다면 괜히 그 학생이 불편하게 느낄까봐 학생의 답문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학생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 일이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매년 수능성적을 비관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날이었어요. 물론 성적도 중요하고 대학도 중요하겠죠.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선택지가 분명 존재하는데 이 사회는 오직 명문대진학이라는 선택지 밖에 아이들에게 안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더라고요.

 이번 해에는 그런 씁쓸한 소식을 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P.S 혹시 이 글을 그 학생이 읽고 있다면 꼭 힘냈으면 좋겠고, 문자메시지 공개한 것이 꺼려진다면 문자 보내주세요.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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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23 06:51
    비밀댓글입니다
  2. 매년 반복되는 수능뒤의 안타까운 일들..
    올해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3. 저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문자 였는데..
    아바래기님은 역시 다르시군요~
  4. 이긍..성적이 뭔지...걱정되네요.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다들...
  5. 수능이후, 비관 자살의 소식은..
    부디, 올해는 잘 넘겼으면 좋겠네요..
  6. 휴~~ 글 읽다가도 놀랬습니다. 그나 참 다행입니다.
    우리시대의 청소년의 아픔과 비애가 느껴옵니다.
    부모로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7. 수능이 무엇인지..
    삶을 죽음으로까지나 몰아가는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그러한 역할에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만드는게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8. 아 카운 샐러 하셔도 될듯 마음을 돌려 다행 이지만
    꼭 해마다 수능으로 겪는 아픔은 오늘의 현실 같아요..
  9. 읽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참 좋은 일 하셨습니다...아바래기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10. 에궁..정말 다행이네요..
    수능성적에 비관해서 자살하는 그런일...절대 하면 안되요...
    세상은 넓어요..
  11. 시험이 사람 잡을뻔 했군요...
    애쓰셧습니다...아바래기님~~~!
  12. 큰일날뻔했군요~ 자살은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속으로 몰아넣는 죄악임을 직시하였으면 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13. 참 좋은 일 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14. 아바래기님의 따뜻한 마음때문에
    그학생이 더 마음을 단단히 잡은것 같은데요 ^^;
    정말 좋은 일하셨어요~!
  15. 그 놈의 수능이 뭔지...
    아바래기님 덕분에 소중한 목숨 하나 구한 거 같네요 ^^
  16. 문자대화로 그나마 자살 충동이 가라앉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마치 소설을 읽은듯한 생각이 듭니다.
  17. 수능철이 되면 이런 일들 때문에 걱정이 되요~
    진짜 아무리 힘들어도 자살은 하지 않아야하는데 말이에요ㅠㅠ
    그래도 저 학생이 아바래기님 덕분에 마음을 바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 좋은 일 하셨어요^^
  18. 저런 문자 받고 마음이 철렁하셨겠어요...;
    그냥 지나가는 과정일 뿐인데..
    수능이 뭐길래 저렇게까지 동요해야하는지 안쓰럽네요..
    별일 없어 천만다행입니다
  19. 수능이 중요한 시험임에는 틀림없지만
    목숨과는 바꿀 수 없는 것인데...올해는 무사히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말이지요..!
  20. 다행이네요. 어릴때는 저런 기분 들기도 하죠. 인생 멀리 보면 암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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