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길고양이의 모정은 눈물겹다

Posted by 아바래기
2011. 3. 14. 07:56 소소한 일상 이야기

 지난 1월 30일, 구정을 목전에 둔 1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우리 가족은 뜻밖의 손님을 맞게 되었다.

 야~옹! 야아~옹! 마치 우리집 현관문 앞에서 울어대는 것마냥 크고 생생한 고양이 울음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새끼고양이가 정말로 우리집 현관문 앞에서 울고 있었다.

 너무나도 황당한 손님의 등장에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았고, 현관 아래 계단쪽에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를 보게 되었다. 그 어미고양이는 나와 새끼고양이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자신의 임무를 마친듯 잽싸게 도망쳐버렸다. 영락없이 어미 고양이가 자신의 새끼를 우리에게 맡기고 가버린 꼴이 된 것이다.       

 생후 2개월도 안 되어보이는 새끼고양이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는 사이 덥썩 들고 오려다 순간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집 고양이 미에게 마음을 연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더군다나 조금 있으면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친척들이 우르륵 오는 구정인데…

 일단 남편과 상의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 새끼 고양이를 그 자리에 두고 나혼자 집으로 들어왔다. 그로부터 약 20분간 열띈 토론이 이어졌다. 더 이상의 반려동물은 안된다는 남편과 이것도 인연이니 무조건 받아들여야한다는 딸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결론은 일단 집에 들이되 임시보호만 할 뿐 반드시 다른 집으로 입양보내는 쪽으로 정해졌다. 남편이 백번 양보해서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이었다.

 나는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새끼고양이가 걱정되어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집 밖으로 나갔지만 새끼 고양이는 이미 그 자취를 감춘 후였다. 우리가 너무 뜸을 들여서 가버린 것일까. 아니면 우리집 맞은편에 사는 개가 너무 심하게 짖어서 도망간 것일까.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 새끼 고양이 덕분에 나는 일요일 아침부터 뭔가에 홀린 듯 정신이 없었다.  

 황당한 일은 다음날에도 계속 되었다. 어제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우리집 근처를 몇번이고 돌았지만 어제는 꽁무니도 보여주지 않던 고양이들이 천연덕스런 얼굴로 우리집 근처 담 사이에 둥지를 튼 것이다. 

 아마 어미 고양이는 내가 제 새끼를 거두는지 아닌지 기다리다가 도망쳐나온 새끼고양이를 결국 자신이 품기로 결심한 듯 싶었다. 나는 자신의 새끼를 살뜰히 보살피는 어미고양이의 모정에 감탄하다가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제 본 새끼고양이보다 한참 작아보이고 힘도 없어보이는, 또 다른 새끼고양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걸을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몹시 비실거려보이는 녀석이었다.

 그나마 튼튼한 새끼를 나에게 맡기고, 약해빠진 새끼를 자기가 품으려고 한 것이었을까?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세마리를 내가 임시보호해서 좋은 입양처라도 찾아주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새끼만이라도 내가 거둘까? 이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것 또한 어미 품에서 행복해보이는 새끼들을 보니 주저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녀석들에게 물과 사료를 챙겨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먹이를 챙겨준지 얼마되지 않아서 길고양이 세가족은 어느새 두가족이 되어있었다. 내가 염려했던, 상태가 좋지 않았던 새끼고양이가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나중에서야 녀석이 로드킬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후부터 나는 녀석들이 더욱 측은하게 여겨졌고, 녀석들이 부디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게 되었다.

 내가 녀석들에게 먹이를 챙겨준지도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우리집 현관 앞에서 울고있던 새끼고양이는 이제 나무를 탈 정도로 성장했고, 나를 경계하던 어미 고양이는 이제 나를 보면 마중나올 정도로 나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현재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나지만 어미 고양이가 지난 한달간 내게 보여준 눈물겨운 모정은 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신의 새끼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 뒤 일부러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어미고양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된다. 새끼를 위하는 엄마의 마음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다는, 어찌보면 지극히도 당연한 사실에 나는 촌스럽게 감동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달 가까이 담 아래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보니 알게 모르게 고양이 가족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생긴 모양이다. 가끔씩 와서 고양이 가족이 잘 지내고 있는지 보고 가기도 하고, 근처 초등학생 아이들은 간식까지 챙겨서 들리곤 한다. 아마 추운 겨울동안 어미 고양이가 보여준 극진한 모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 것은 아닐까?
 
 이처럼 요즘들어 부쩍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고양이 가족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1. 오랜만에 글올리셨네요. 모정은 어느 동물이나 마찬가진것 같아요.
  2. 추운 겨울 동안 어미 고양이가 참 고생이 많았네요
    한 녀석이 안타깝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지만
    나머지 두 아이들과 봄날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지키는 따뜻한 마음이 뭉클합니다
  3. 가족이죠...
  4. 길냥이들...
    민폐의 주범이지만,
    저런 모습을 보면 차마 어쩌지는 못하죠.
    뭔가 해결방법이 있을 듯 하기도 한데.....
  5. 어머나~~이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다행이에요
    좋은분 만나서 겨울도 무사히 지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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