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전도사에게 거꾸로 전도한 사연

Posted by 아바래기
2010. 4. 2. 08: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친정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신지 어언 2년…매주 목요일이면 나는 어김없이 엄마를 찾아 병원에 간다. 
엄마를 뵙고 온 날은 하루종일 항상 강직하시며 때로는 엄하기까지 하셨던 엄마가 치매로 아기가 되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아이들과 남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엄마의 병문안을 다녀온 목요일이면 난 항상 우울하며 신경질적인 사람이 된다. 

 어제도 엄마를 혼자두고 집으로 가는 나의 발길은 너무도 무거웠다. 갈수록 심해져가는 엄마의 치매증세를 걱정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축 늘어진 나의 어깨를 누군가 잡는 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버렸다. 내 비명에 그쪽도 놀란 기색이었지만 내 어깨를 잡은 사람과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가 얼른 내 손을 잡고 나에게 물었다.

“도를 아십니까?”

설마했더니 역시나 사이비종교의 전도였던 것이다. 인신매매범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한 사람은 내 팔뚝을 꼭 잡고, 또 다른 사람은 내 두 손을 잡으며 나를 붙잡아두고 내게 전도를 할 모양이었다. 내가 얼이 빠져보였는지 집안에 근심 타령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꺼내더라. 나는 “됐어요” 정중하게 말하며 그들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들은 더 심하게 내 몸을 붙잡고 안 놓아주는 게 아닌가? 

말했듯이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진 나는 결국 그들의 손을 거꾸로 잡으며,
 
  “혹시 우주신을 아십니까?”

거꾸로 되물었다. 나의 물음이 당황스러웠는지 그들은 얼른 나를 붙들고 있던 손들을 거두웠다. 나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순간 그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라는 생각에 그 중 만만해 보이는 여자에게 팔짱을 끼며 그녀를 반강제으로 끌고 무조건 같이 가자고 했다. 여자는 처음엔 넋이 빠져 나에게 끌려가더니 아차 싶었는지 얼른 팔을 빼려고 했다. 나는 더욱 언성을 높이며, 

“우주신을 믿으라~!”

그 여자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의 눈길이 우리에게 쏠리며 여자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이 때 같이 있던 일행이 여자의 손을 잡고 도망가듯 사라져버렸다ㅎㅎㅎ그들은 도망치면서도 욕이란 욕은 내게 다 퍼붓더라...미친 X라면서... 

난 정말 내가 미친 X라도 된 듯이 웃어재꼈다ㅎㅎㅎㅎ지금 생각해보면 머릿 속이 하얀 게 아찔해진다. 혹시 아는 사람이 봤으면 어떡하지? 하면서 말이다. 뭐 어떤가? 남들이 보기엔 내가 미친 여자로 보였겠지만 그 순간만은 우울함이 한방에 날라가버린 것 같았으니까. 

내 이야기를 들은 딸내미가 왜 하필 우주신이냐고 물었는데…
“글쎄, 내가 빵상 아줌마의 열성팬이잖아~.”라고 답하고 우리 모녀는 또 한번 배꼽이 도망가는지도 모르고 웃었다..^^ 우리 딸 왈, 학교가서 친구들에게 말해줘야지~. 우아악...내 이미지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1. 빵상 아줌마의 열혈 팬...ㅋㅋ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 빵상 아줌마의 빵빵 터지는 개그(?)가 절 사로잡았다죠~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 좋네요^^ 오늘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2. ..........

    경축, 이제 님은 자제분 학교에서도 망가지시는 겁니다!!!(도피중)
  3. 빵상아줌마 덕분이네요... ^o^
  4. 아하하 재밌어요^^
    전 한번도 저런 분을 만나 뵌적은 없는데
    제 친구한테는 무지 잘 붙더라구요
    이 방법을 가르쳐 줘야겠어요ㅋㅋ
    • 저도 전도는 몇 번 밖에 안 당해봤는데
      이번은 정말 사람을 붙잡고 안 놔줄 기세더라구요...ㅎ
      친구분께도 방법 알려줘보세요~ 어지간한 사이비 전도사는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아요^^
  5. ㅋㅋㅋ 구로디지털역 주변에 많아요~
    "어머 인상이 참 좋으세요!!" 하면서 접근....도를 아십니까?....
    • 이상하게 전도사들이 꼬이는 구역이 있더라구요.
      제가 사는 근처에도 몇 군데 있는데 그곳은 지나갈 때마다
      전도사에게 안 걸리려고 최대한 빨리 걷는답니다. :)
  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주신을 믿으라, 저도 한번 써먹어봐야겠어요, ㅎㅎ
  7. ㅋㅋㅋ저도 한번 해보고 싶은 충동이 드네요.ㅎㅎㅎ
    다음에 한국 가면 구로역으로 가봐야겠네요. 하하하....
  8. ㅎㅎ아 정말 시원 합니다 ㅎ 가끔 정말 아픔이뭔지 자기 잣대로
    그렇게 다니시는 분들 어디까지 예우를 해야되나 싶을때가 있거든요 ㅎ

    요즘은 아파트 현관문에 카드를 꼽아놔서그런지 그런방문이 뜸해졌네요
    만약이렇게 저한태도 그런다면 과연 저도 그럴수 있을까 ㅎㅎ
    • 저도 평소엔 그런 전도 최대한 피하거나, 빠져나올 생각만 했는데 갑자기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정말 속 시원했어요 :)
  9. 그리고 보니 '인상 좋다며 접근' 당해보지 못했군요 ...흐흐"
    • 인상 좋다고 접근해놓고...얼굴에 근심이 가득 찼다고 말하는 건 무슨 뜻일까요? 참 알 수 없는 사람들이죠? ㅎㅎ
  10. 아악~ 완전 통쾌 상쾌 유쾌 발랄한 이야긴데요 ㅋㅋ
    아바래기님 진짜 멋집니다~ 저도 그런 상상을 하긴 했지만 실천은 못했거든요
    근데 진정 용자세요 ^^;
    저도 담에 함 해볼까~ 이글 보고 용기를 얻고 갑니다 ㅎㅎ
    • 용자라니~.
      전 사실 소시민 중의 소시민...얼마나 간이 작은지~그 날은 정말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언제 한번 몹쓸 전도사를 만나면 우주신을 외쳐보세요ㅎㅎ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바래기님.....멋지네요. 저도 한 번 도전해보아야겠구<<
  12. 오호... 그런 방법이면 그 사람들 떨어져나가는군요.ㅋㅋㅋ
    다음에 한번 시도해볼까봐요.
    단, 주위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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