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우산 든 치한에게 봉변당한 사연

Posted by 아바래기
2010. 4. 19. 08:0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오늘 비온다는 소식에 어젯밤 부랴부랴 우산을 찾았는데 그 많던 우산이 다 어디갔는지…3단우산은 딸랑 한 개 밖에 없고 무거운 장대우산 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결국 딸에게만 3단우산을 주고 남편은 장대우산을 들려보냈답니다. 가족들 모두 보내고나서 남은 장대우산을 정리하다보니까 몇년전 제가 비오는 날 겪은 다소 끔찍한 경험이 떠오르지 뭐예요. 정말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아찔하기만 합니다.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는데 친구들과 만나서 차 한잔 할 때쯤에는 비가 딱 멈추더라구요. 여기저기 쇼핑도 하고 돌아다닐 예정이어서 비가 딱 멈춘 게 얼마나 좋았는지ㅎㅎ...어쨌든 친구들과 쇼핑도 하고 수다도 떨고 저녁에는 맛있는 식사까지 한 끼 했더니 벌써 8시더라구요. 비가 멈췄어도 날이 개이진 않아서 좀 어둑어둑 했어요. 그래서 택시를 타고갈까 버스를 타고갈까 고민하다가 혼자 택시보다는 버스를 타는게 덜 무서울 것 같아서 버스를 탔답니다. 

 버스에 사람이 없어서 자리에 앉아갈 수 있었던 저...아이들이 맛있는 것 좀 사오라고 연신 보낸 문자에 답장을 보내고 있었는데 기분나쁜 시선이 느껴지더라구요.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온몸을 훑고 있는듯한 소름돋는 시선이었어요. 저도 그래서 그 시선의 주인공을 얼핏 쳐다보았는데 커다란 장대우산을 든 남자가 어느 사이엔가 제 앞에 서있더라구요. 그 사람이 바로 시선의 주인공이었던 것이죠. 깡마르고 어딘지 초췌해보이는 인상이랄까요? 아무튼 시선도 그렇고 인상고 그렇고 기분은 안 좋더라구요. 그리고 빈 자리도 많은데 굳이 제 앞에 서있는 것조차도요. 애써 날씨 때문에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이라고 무시하려고 했어요. 그 남자를 신경쓰다 보니까 어느새 제가 내릴 곳이더라구요. 

 버스에서 내려서 아무렇지 않게 집에 가려고 육교를 건너는 때였습니다. 그 날따라 육교에 사람도 없고 동네 자체가 좀 한적한 느낌이었어요. 근데 뒤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도 모르게 빨리 걷게 되었죠. 근데 뒤에서 오는 발소리도 점점 빨라지는거예요. 순간 너무 겁이나니까 아무 생각도 안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최대한 힘을 줘 빨리 걸어서 반대편 육교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헉....정말 이 말밖에 안나오더군요. 뒤에서 무언가 내 목을 채더라구요.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돌아갔는데 제 목덜미에 있는 우산 손잡이를 발견했죠. 순간 벙쪄서 넋이 빠졌는데 뒤에…, 버스에서 만난  기분나쁜 그 놈이 있는겁니다. 제 목덜미를 챈 우산은 아까 그 놈이 들고 있던 큰 장대우산이었고요. 그 놈은 놀란 저를 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그 눈빛...창백한 피부...영화에서나 볼법한 살인자의 얼굴이더군요. 눈이 쌔빨갛게 충혈된 것이...광기 때문에 번뜩거리는 것 같았어요. 

 아,이대로 주저앉으면 안된다!

다리에 힘도 풀리고 넋도 반쯤 빠진 상태였지만 도망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계단을 뛰어내려갔어요. 육교 아래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보여서 미친년처럼 소리도 질렀고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얼마나 다행인지...그래도 안도할 수 없어서 소리를 더 크게 질렀답니다. 저를 발견한 사람들이 제 쪽을 몰려오는 것 같더군요. 저는 그 놈이 당연히 도망갈 줄 알고 뒤를 돌아봤는데...이게 웬일...그 정신나간 놈은 도망도 안가고 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제 뒤를 따라온 겁니다. 몇 걸음 떨어진 상태에서요. 저 때문에 몰려온 사람들도 처음엔 그 놈이 치한일거라고 생각 못했을 거예요. 어찌나 뻔뻔한지 웅성이는 사람들을 보고도 가만히 있더군요.

 “저 미친 놈이 쫓아온거예요!” 

횡설수설하고 있던 제가 그 놈을 가르키고 저 말을 할 때까지도 그 놈은 가만히 절 지켜만 보더군요. 아무튼 제 외침에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그제서야 “저 놈 잡어!”라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그 놈은 서서히 육교 반대쪽으로 걸어가더군요. 그 놈의 뻔뻔한 태도에 저뿐만 아니라 다들 당황한 모양이예요. 결국 그 놈을 잡지 못한 걸 보니...지금도 그 놈의 눈과 뻔뻔한 태도가 또렷하게 기억나네요..
 
 그 날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없었더라면…,이 생각만 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얼마나 끔찍한 사건이었는지, 그 뒤로 한동안 비오는 날에는 외출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장대우산을 들고있는 사람만 보면 움찔하게 되구요. 여자들 중에서 이런 치한을 만나는 경우 많다고 해도 주위에서 듣기만했지 직접 겪을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이런 일이 있어서인지 비오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일찍 들어오라는 소리를 꼭하게 되네요. 

혹시 밖에서 이상한 눈빛의 사람을 만나면 일단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사람을 잡을 순 없지만 여성의 감이란 게 생각보다 잘 맞더군요. 그 놈들의 광기어린 눈이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아무튼 세상이 무서워졌으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기의 몸은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할 것 같아요. 모두 몸조심 하세요^^     
  1. 스릴러 영화 한장면 보는듯 해요 ;;;
    다행이네요 그래도^

    또 조심한 한주 되시고요~아무셔~
    • 정말 영화 속에만 있을 줄 알았던 일이 저에게도 들이닥치니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어요. 자운영님도 한주 잘 보내세요^^
  2. 흐미~~무셔라...
    오늘 부터 쿵후 배우러 다녀야 맘이 편할것 같은데요.
    요런 소름 끼치는 일이 진짜 일어난 일인가요? 헐~~~~~
    • 예,저런 미친 X가 실제로 있더라구요.
      얼마나 끔찍했는지...ㅠㅠ저도 아이들 시간있으면 호신술 좀 가르치고 싶어요. 세상이 어지간히 무서워야지..ㅎㅎ
  3. 정말 큰일날뻔 하셨네요. 그 놈 못 잡은게 아쉽습니다.
    도망도 안가고 그 자리에 있었던 대범함이 무슨 연쇄범 같은 행동이네요.--;
    • 바로 도망치면 잡힐 것 같아서 미적거렸는지...
      대범하거나 그냥 미쳤거나 둘 중 하나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4. 헐... 큰일날뻔 하셨네요.
    비오는날 외딴 곳에서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
    가끔 가다 황당한 일들이 발생하니 ...
    그나저나 오늘 비가온다고요 ㅠ .ㅠ
    차타고 멀리가야하는뎅 이런...
    한주의 시작 활기차게 보내세요.
    • 오늘 비가 온다고 하네요. 날이 벌써 어둑어둑한게 정말 오려나 봅니다.
      비오는 날은 유독 미친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대체 왜 그런건지^^ 램프의마법사님도 오늘 하루 즐겁고 알차게 보내세요.
  5. 이게 실화라면 정말 험억한 세상입니다.
    애구~ 무서버라~
    • 세상엔 정말 영화같고 만화같은 일들이 많더라구요.
      왜 하필 공포영화에나 있을법한 일이 저에게 일어났는지...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섭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6. 정말 큰일나실번했어요..세상에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죠.ㅠㅠ
    여자분들 항상 밤길 조심하세요.;;
    • 네...그 때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런지...
      요즘은 비단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몸 조심해야할 세상이더라구요. 인신매매범들도 많고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배에 팔아버리는 일도 있다고 하니까요. 좋은 하루 되세요^^
  7. 정말로 끔찍한 경험을 하셨네요.
    트라우마로 남게 되지나 않을지 살짝 걱정을 해보게 됩니다.
    스릴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상황이면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꽤나 오랫동안 신경이 쓰일 거예요.
    오늘은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8. 아니 .. 저런...... 일이..
    아.. 정말 겪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ㅜ
    두려운데요.
    어두운 밤 골목길이였으면 어쨌을뻔 ㅠ
    좋은일을 떠올려야겠습니다.
  9. 에효 우리나라에도 싸이코들이 느는구먼
  10. 글을 읽고있는 저도 무서운데 많이 놀랐겠어요
    • asgfag
    • 2010.04.19 13:23
    소설을 쓰시면 잘 쓰시겠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우산이 목덜미를 챈다는 표현이 독특하네요. 그 부분이 하이라이트 인듯해요. 표현력이 좋으신 여성분 같네요^^
  11. 건장한 남성도 ...급습을 당하던가 ..다구리 당하면 ..속절 없답니다
    결론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겠죠 ..으시시한 얘깁니다
    • woozzano_ko
    • 2010.04.19 17:16
    정말 무서우셨겠어요;;;;;;
    요즘 세상이 너무 흉흉해져서 ㅠㅠ... 특히 밤길에 집에 갈 때 뒤에 오시는
    선량한(?) 남자분들도 자꾸 저도 모르게 의식하게 되고, 겁이 나고 그래요 ㅠㅠ...
    죄송하기도 한데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알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르니까요... 저번에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집에 가다가 이상한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옆을 지나가다 갑자기 멈춰서서 저한테 막 음담패설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ㅠㅠ... 그 땐 최대한 태연한 척 했지만 어찌나 가슴이 쿵쾅대고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한 동안 그 쪽 길로 안 다녔답니다;; 정말 못 믿을 세상이예요!
  12. 정말 싸이코 같은 사람을 만나셨네요.
    뻔뻔하게 옆에서 버티고 있을 정도면 보통이 아닌듯 싶습니다.
    여성분들은 어디에서나 조심해야 할 거 같네요.
    아바래기님 한동안 맘고생 심하셨을듯...^^;
  13. 아이고 큰일 날뻔 하셨군요.
    그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14. 천만다행이네요..
    아.. 정말 이상한 놈들이 없어져야 할텐데..-_-;;
  15. 세상에... 그래도 참 다행이네요. 큰 일 없었으니...
    저도 안좋은 일 당한 적 있었는데 요즘은 인심도 흉흉한 것이... 소리 질러도 자기한테 해가 갈까봐 도와주지 않는 분위기더라구요.
    어쨌든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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