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패륜女에 맞서는 떡볶이男?
2010. 5. 21. 08:04
소소한 일상 이야기
어제 찬거리 좀 사려고 동네 슈퍼에 갔다가 고 근처에 있는 단골 분식집에 들렸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가 분식이 완전~ 땡기더라고요. 대학교 먹자골목에 위치한 이 분식집은 손님이 항상 바글바글한 곳이라서 밖에서 서서 먹거나 기다리다 포장만 해가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제는 가게 안에 들어가서 주인아줌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답니다.
![]() topokki, Stir-Fried Rice Cake by KOREA.NET - Official page of the Republic of Korea ![]() ![]() ![]() |
만들어놓은 떡볶이가 다 떨어져서 다시 만드는 동안 아줌마 둘이서 대화의 꽃을 피웠으니~,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경희대 패륜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요즘 세상 정말 말세다,로 시작한 이야기는 주인아줌마가 최근에 겪은 패륜녀 못지 않은 떡볶이남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아,떡볶이남은 제가 지은 별명이랍니다...^^
떡볶이남은 우리 동네에 있는 대학교에 재학중인 남학생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그저 수많은 손님 중 하나였던 남학생...그 학생과 주인아줌마의 악연은 별 것 아닌 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남학생과 그 친구 무리는 분식집 앞에서 서서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고 해요. 처음부터 그렇게 살갑게 구는 손님은 아니었는데 그 날 따라 꼴불견짓을 했다고 합니다. 가게 바로 앞에서 가래를 바닥에 찍찍 뱉어댄 것이죠. 한번도 아니고 연속적으로 몇번이나요. 분식집 안에 있던 손님들이 눈치를 줘도 뻔뻔하게 계속~ 음식장사하는데 식욕 떨어뜨리는 것만큼 개념없는 짓도 없지 않나요? 결국 아줌마가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학생~음식집 앞에서 그러면 못써,라고요. 그 말에 대꾸도 않은 남학생. 오히려 몇분뒤 보란듯이 가래를 다시 바닥에 뱉었다고 해요. 어차피 시켜놓은 음식도 다먹어가고 하니 아줌마는 그냥 참기로 했대요. 그런데...다른 친구들이 계산을 하고 학교로 다시 올라가면서 그 남학생이 뱉은 말이 너무 기가 막혀서 화 낼 기운조차 없었다고 하네요. 무슨 말이었냐고요?
“시x...가게가 여기 하나야? 떡볶이나 팔 것이지 존나 간섭이야!”
“남이야 가래가 끓어서 침을 뱉던지 똥을 싸던지 뭔 간섭이야 존나...”
바로 요겁니다. 그 말들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아줌마가 기억하고 계셨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일행들이 그 떡볶이남의 장단에 맞춰 키득키득 거리면서 웃고가는 뒷모습마저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내가 아줌마한테 그걸 보고만 있었냐고 물으니 아줌마가 고개를 젓더라고요. 그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나쁘게 소문돌면 가게 문 닫을 수 밖에 없다면서요. 정말 이렇게 황당한 일이 또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으면 욱하는 성질에 그 학생들 붙잡고 한마디 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엄마뻘인 사람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내 말에 아줌마 왈,
“먹고 사는게 뭔지...한창 자식뻘인 애들 눈치보면서 장사하는게 너무 서글프네요..”
라고 하시네요. 그러면서 일일이 신경쓰다보면 더러워서 장사 못한다고...그래서 어지간한 일은 다 무시하고 사는데 그 일은 정말 무시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본인이 부끄러워 가족들에게 이야기도 못했다고 하시네요. 가족들이 마음 아파할까봐. 떡볶이 장사하는 걸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부끄러워 한 적이 없었는데 단지 떡볶이 장사한다는 이유로 무시받은 것만 같아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해요. 더불어 자식들이 떡볶이 장사를 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한 건 아닌지…,이런 몹쓸 생각마저 들었다고 합니다.
경희대 패륜女가 사회의 비판과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지금에도 ‘장유유서’는 개나줘버린 채 인간의 도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 사회의 젊은이들은 분명 있을 겁니다. 저는 분식집 아줌마가 만난 떡볶이남도 그렇고, 패륜녀도 그렇고 이 모든게 요즘 젊은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등만 하면 된다”
“공부 못하면 인간 떨거지 된다”
등의 보다 잘난 자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가 무심코 던진 말들을 수십년 듣고 자란 자녀들이 학벌주의의 노예가 되고, 더 나아가 학벌로 계급을 나누게 된 것 아닐까요? 내색은 안하더라도 출신대학만으로 귀천을 따지는 풍토는 이제 만연해졌습니다. 그런 사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직업의 귀하고 천함을 나누기 바쁘고요. 안팎으로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녀들이 자라서, 지성인이라는 감투을 쓰고 짐승같은 짓을 한다는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요? 학벌주의,1등지상주의…. 이제는 인성지상주의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색고양이의 간식사수기 (11) | 2010.05.28 |
---|---|
웃는 낯이면 다 되는줄 아는 뻔뻔한 이웃 (15) | 2010.05.25 |
경희대 패륜女에 맞서는 떡볶이男? (23) | 2010.05.21 |
삼색고양이와 쌀벌레의 한판 승부! (18) | 2010.05.18 |
발가락도 아니고 글씨체가 닮았다? (14) | 2010.05.12 |
우리집에 발냄새만 남기고 떠나간 도둑 (25) | 2010.05.04 |
그저 아주머니께서 기억하신 말 밖에 없을텐데
잡아서 처벌도 힘들테고~ 처벌할 근거도 미약하고..
근데 누가봐도 남학생의 행동과 말은 지탄받아 마땅한데 씁쓸하군요ㅜㅜ
이건 말그대로 그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라서 이상하게 소문이 돌면 큰 일날 상황이거든요ㅠㅠ
먼저 어깨부딪치고서도 눈 부라리고, 버스에서 발 밟아도 미안하다는 소리도 안 하고...
사는 게 갈수록 각박해져 갑니다. ^^;
한 명만 저런 병X짓을 하는거면 모르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말리지 않는다는 건 정말...
요즘 왜 이렇게 세상에 기분 묘하게 만드는 일들이 많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ㅠㅠ
한국아니라서 그런지...
아무튼 요즘 젊은이들 이런 몹쓸 성격들이 의외로 많은가봅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무섭고 화나네요.
아무래도 검색해서 찾아봐야지 지금 커피 한잔 다 마실동안 안나오네요.
저는 듣고나서 괜히 들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랫사람이랑 싸우는 것처럼 굴더군요. 한대 치고싶다는 말이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나타나는 거겠죠. 참 씁쓸하네요....
아이들을 키울 때 1등지상주의를 조금씩 강요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때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나가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게 너무 걱정되서 말이죠ㅠㅠ
요즘 세상은 인성교육만으로는 안된다는게 현실이라면 현실이겠죠?
예전 같지 않고 말이죠..
이것저것 훈계 많이 하셨는데...요즘은 그 수준을 뛰어넘은 것 같습니다ㅠㅠ
얼른 누구인지 잡혀야 사회가 가라앉을텐데..
과연 어떤 처벌을 받을지 궁금해집니다.
워낙 자극이 강한 매체에 노출이 되어 있다보니
정적인 예절, 예의에 대해서 아이들이 멀어질수 밖에요...
휴 ㅜㅜㅜㅜ
아이들이 안좋은 매체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게
사회전반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만드는 것 같아요.
이것 참...사회차원의 해결방안이 나와야할 시기 같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분위기는 좀 자제했으면 좋겠어요ㅠ
패륜녀의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일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법적처벌이 힘드니 인민재판이라도 하자는 반응인데 패륜녀가 괘씸하면서도 이건 좀 과한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런 일을 제 부모님.. 제가 겪는다고 생각하면
피가 꺼꾸로 솟는일인데..
이렇게 이슈화되고 크게 터지는 일이 드물어서 그렇지
저런 인식이나 사회분위기가 너무 당연한듯 되어가서요..
가슴이 먹먹합니다...
애들 자랄때 인성교육 제대로 시켰으면 저리 싸가지가
없을까요?
이건 단지 몇몇 쟤들 문제라기 보다 부모입장인 우리
모두가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볼 문제라고 봅니다.
과연 내 자식한데 나는 인성을 심어주고 있는가 하고
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