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에게서 받은 생일케이크?!
2010. 6. 11. 07:0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어제 저녁, 학원에 갔다가 돌아온 딸아이의 폭탄발언으로 집 안이 홀라당 뒤집어졌습니다. 폭탄발언과 함께 딸아이가 제게 준 것은 예쁜 편지봉투와 아이스크림 케이크였지요. 전 장난치지말라고 하면서, 딸아이에게 네가 산거니? 라고 물었습니다. 뭐하러 용돈으로 비싼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샀냐고 하면서요. 제 타박에 딸아이는 죽어도 자기가 산 게 아니라더군요. 그럼 정말 낯선 남자가 저에게 준 케이크일까요?
엄마,집 앞의 어떤 남자가 엄마 이거 주라던데?
남편이 ‘인기많아서 좋겠네?’라고 말하며 웃는데 그 웃음이 어딘지 억지스러워 보인 건 제 착각이 아닐거예요. 아무튼 제가 케이크는 꺼내지도 않고 이게 무슨 일인지 고민하니까 딸아이가 답답한지 정 궁금하면 편지를 읽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아,그러면 알 수 있으려나? 저는 아차하면서 커터칼로 조심스럽게 편지를 개봉했습니다. 편지를 읽는 순간, 이게 뭐야?!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낯선 남자의 정체는, 바로 딸아이와 동갑인 중학생 남자친구였던 것이지요. 은근히 기대하고 설레하던 전 살짝 실망할 뻔 했지만 낯선 남자가 꾸불꾸불한 글씨로 쓴 편지에 감동하고 말았답니다. 편지를 스캔해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딸아이가 부끄럽다고 말리니 대략 요약해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겠네요.
같은 학원에 다니는 1년동안 우리 딸내미를 좋다고 따라다니던 그 아이는 최근에서야 제 딸에게 고백승락을 받았다고 해요. 그러면서 사귀면 꼭 해주고 싶었던 게 있다며 생일을 물었다고 해요. 딸아이 생일이 아니라 제 생일을 말이죠. 그 아이는 널 태어나게 해주신 너희 어머니한테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네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제 생일은 지난달 29일로, 지나가버린 후였죠. 딸아이는 생일도 지났고 닭살돋으니 됐다고 계속 말렸는데 오늘 끝내 딸아이 손에 케이크를 들려보냈습니다.
지원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것 참, 낯선 남자의 정체가 남중학생이라는 게 밝혀졌는데도 마냥 기쁘기만 합니다. 아,요 녀석 기특하네? 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저는 긴 말 않고 카메라를 들어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케이크를 개봉하고 사진 한 방 남겼습니다. 일주일도 넘게 지난 생일이지만 제가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 마음에 드네요. 성인 되기 전까지 딸아이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는 꼴은 못 본다고 말버릇처럼 외쳤던 딸바보 남편도 아무말 없는 걸 보니 딸아이의 남자친구가 마음에 든 것이겠죠?
더운 입안을 식혀줄 아이스크림 대령하옵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드컵 응원 중 찍은 정체불명의 사진?! (16) | 2010.06.18 |
---|---|
우리동네 정육점 아저씨의 특급 장사노하우?! (13) | 2010.06.17 |
낯선 남자에게서 받은 생일케이크?! (22) | 2010.06.11 |
상자로 만드는 고양이 스크래쳐 (12) | 2010.06.07 |
유원지에서 만난 무개념 변태커플 (19) | 2010.06.04 |
몸살감기에 탁월한 흰파뿌리 생강차 (7) | 2010.05.31 |
언제 한번 밥이나 같이 먹자고 제가 말해두었거든요ㅎㅎ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즐거운하루 보내세요~~
꼭 무슨 만들기 작품 같아요ㅎㅎ
딸 가진 아버지 마음도 다 비슷한 것 같아요.ㅎ
어떤 남자친구를 데려와도 성에 안차는 모습이 말이죠ㅎㅎ
울 아들도 요래 생각이 깊은 남자친구로 되야 할텐데...^^*
어리지만 센스가 보통이 아닙니다.
온 가족이 즐거우셨겠어요.^^
사랑이 찾아온 것인가요?
어렸을 때, 짝사랑하던 친구가 생각하네요! 앜ㅋㅋㅋㅋㅋㅋ
여친이 보면 화낼텐데 ㄷㄷㄷㄷ
고녀석 완전 귀여운 친구네요^^
정말 귀여우면서도 어른스러운 느낌이 드는군요.
그건 그렇고 아이스크림 케익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ㅜㅜ
요즘 날도 덥고 해서 안그래도 아이스크림 만날 물고 살아요.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걸 보면 생각도 참 깊어 보이고....
이거 예비 사윗감으로 접수하셔야 되는 건 아닌지...^^
남학생이 생각하는 그 배려와 사려깊음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늦었지만 저도 생신 축하드립니다. ^^
저도 오랜만에 한번 해야겠는데요? ^^;ㅋㅋㅋ
아바래기님의 포스팅은 정말 감성을 살살 간지럽히는것 같아요 ^^ㅋㅋ
10대들이나 제 또래들이 많던 싸이만 하다가 티스토리 하니 적응안되네여..ㅋㅋ
그래두 여러 세대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진짜 예쁜 글이네여
어떤 기분이셨을지 상상이 잘안되네요....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른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고, 구독신청하고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