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빛바랜 ‘추억’을 말하다.

Posted by 아바래기
2010. 3. 24. 15:51 아바래기의 세상보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온다 리쿠 (노블마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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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태양이 모습을 들어냈다. 나에게는 처음으로 접해보는 온다 리쿠의 작품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그와 그녀의 마지막 밤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제목이 한 숨에 읽기엔 조금 벅차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일본에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고모레비,라는 하나의 명사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고 역자 후기에 쓰여있다.(제목을 풀이하는데 역자는 적잖게 당황한 듯 싶다.) 제목에 담겨있는 은은한 햇살과도 같은 느낌이 나는 참 좋았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 그리고 그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여전히 찬란하지만 마주볼 수 있는 자비로움. 이 책은 햇살이 시신경을 헤집어 놓았을 때의 자극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내일이면 각자 다른 곳으로 떠나버릴 연인의 마지막 밤, 마지막 대화. 마지막이기에 할 수 있었던 대화들은 그들이 서로 공유했다고 여겼던 기억들이 약간씩 그러나 확실하게 어긋나 있임을 알려준다.

 

“사진을 찍을 때면 누구나 웃는 얼굴이 되잖아. 학교 사진도 그렇고 직장 사진도 그렇고. 아무튼 카메라를 보면 반사적으로 웃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앨범에는 웃는 얼굴뿐이지. 그런 사진들만 보고 있다 보면 점점 기억이 바뀌어버리는 것 같아. 당시, 그 집단이 정말로 화기애애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말지. 실제로는 삐거덕거렸거나, 괴롭힘을 당했거나, 사랑과 미움으로 뒤죽바죽이었다고 해도.”

 우리는 웃었다.

카메라를 향해 장래에 이 사진을 볼 우리들을 향해. 결코 나의 과거가 나쁘지 않았노라고 자기 자신을 타이르기 위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우리는 미래의 우리와 항상 공범 관계이다.
                                                                                                -본문 중 발췌  

 

 이야기는 단 한장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나이든 남자와 젊은 남자, 그리고 젊은 여자.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연인은 그들이 저지른 악행, 혹은 서로에게 미루어왔던 처벌의 시간을 만나게 된다.  수많은 공통점, 닮은 취미. 그리고 무엇보다 끈끈한 혈육의 정으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서 지독한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한 핏줄이라는 조건하에서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상식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그 사랑을 억압하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박해를 통해서 더욱 더 불타오르는. 그들의 사이를 헤집어놓은 한 남자의 죽음.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격양된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서로를 공격하면서 진실에 도달한다.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 그렇게 도달한 진실이 이 작품의 묘미이자 전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미리니름은 자제하도록 하겠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나는 사람들이 왜 그토록 온다 리쿠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온다 리쿠는 분명 굉장한 필력의 소유자이다. 하룻밤이라는 제한적 시간, 제한적 무대인 텅 빈 집 안, 그 곳의 연인. 이런 설정 아래에서 온다리쿠가 끌어낸 마법은 경이로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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