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카니발]나는 괴물을 수집한다.

Posted by 아바래기
2010. 3. 24. 15:32 아바래기의 세상보기
몬스터 카니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안 소피 브라슴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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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들과 함께 있을 때만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나와 가장 흡사한 인간들이었으므로. 그들의 소름끼치는 눈빛 속에서 삶이 가장 생생하게 빛났으므로.-
                                                                                                       -본문 중 발췌

 그때부터 나는 괴물들을 만나고 다녔다. <숨쉬어>의 천재 소녀작가, 강렬한 성인식을 치르다! 안 소피 브라슴이 열일곱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숨쉬어>를 읽고나서 연이어 읽으려고 했던 <몬스터 카니발>. 그러나 결과적으론 <몬스터 카니발>을 먼저 읽고 말았다. 인간 괴물을 수집하는 남자와 ‘추함’ 그 자체인 여자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하고 가슴 아픈 소설인 줄 알고 읽은 나는 장이 넘어갈수록 충격을 넘은 불쾌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해석의 차이 혹은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몰이해인지는 몰라도 책을 덮고나서 내가 기대했던 묵직한 감성들이 느껴지는 소설은 아니었다. 다만 책을 덮은지 몇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것 또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물음이 떠오를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조아섕과 나는 처음으로 몸을 섞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남자가 여자의 몸 위에서 어떻게 스러져가는지. 한 쪽은 서서히 죽어가는데 다른 한쪽은 여전히 살아 있다……한쪽은 제 자신을 잊어버리는데 다른 한쪽은 여전히 제 자신을 또렷하게 의식한다……-본문 중 발췌

  입 부근이 심하게 뒤틀려 얼굴 전체적으로,몸 전체적으로 흉칙함이 번져나간 마리카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그녀는 하나뿐인 친구 가엘을 자랑스럽게 여기다가 얼마가지 않아 그녀를 천박하다고 매도하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들면 당장 죽여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다.(물론 그녀의 마음 속 동굴에서 말이다.) 독이 바싹 올라 가엘을 물어뜯으려 작정하고서도 얼마되지 않아 현실적인 문제, 그녀가 유일의 친구라는 점 혹은 아름다운 그녀의 곁에 있으면 약간의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고쳐먹곤 한다. 이토록 변덕스런 그녀의 마음은 자신의 모습 또한 추녀이기도 하지만 미녀이기도 한, 아름다움과 결여되어 있지만 매혹적인 사람으로 비추곤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항상 혼란에 둘러쌓여있다. 여기서 마리카의 변덕스러움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조아섕이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추함을 잊는 시간을 제공한다. 조아섕이 그녀의 추함을 마음껏 수집할 수 있는 동안 말이다. 조아섕이 마리카에게서 현기증이 날 정도의 끔찍한 ‘추함’을 느끼고 그것을 상대로 정욕을 채우는 사이 반대로 마리카는 자신이 평범한 여성들처럼 아름답고 향기롭다고 느끼는 아이러니가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사전적 의미의 사랑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것 외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 퍼즐조각처럼 딱 맞아떨어진 두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감당하기 힘든 구멍이 생기고, 증오·연민·사랑…인간이 지닌 모든 감정들이  소모되고 만다. 자신이 추악하기 때문에 정욕을 느끼는 조아섕을 알아갈수록 스스로의 ‘흉몰스러움’이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감당하기 힘든 마리카와 시간이 흐를수록 추해지는 마리카 때문에 괴물이 되어가는 조아섕이나 내겐 벅찬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더 시간을 내서 괴물들의 대화를 경청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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