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빛바랜 ‘추억’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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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면 누구나 웃는 얼굴이 되잖아. 학교 사진도 그렇고 직장 사진도 그렇고. 아무튼 카메라를 보면 반사적으로 웃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앨범에는 웃는 얼굴뿐이지. 그런 사진들만 보고 있다 보면 점점 기억이 바뀌어버리는 것 같아. 당시, 그 집단이 정말로 화기애애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말지. 실제로는 삐거덕거렸거나, 괴롭힘을 당했거나, 사랑과 미움으로 뒤죽바죽이었다고 해도.”
우리는 웃었다.
카메라를 향해 장래에 이 사진을 볼 우리들을 향해. 결코 나의 과거가 나쁘지 않았노라고 자기 자신을 타이르기 위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우리는 미래의 우리와 항상 공범 관계이다.
이야기는 단 한장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나이든 남자와 젊은 남자, 그리고 젊은 여자.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연인은 그들이 저지른 악행, 혹은 서로에게 미루어왔던 처벌의 시간을 만나게 된다. 수많은 공통점, 닮은 취미. 그리고 무엇보다 끈끈한 혈육의 정으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서 지독한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한 핏줄이라는 조건하에서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상식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그 사랑을 억압하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박해를 통해서 더욱 더 불타오르는. 그들의 사이를 헤집어놓은 한 남자의 죽음.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격양된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서로를 공격하면서 진실에 도달한다.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 그렇게 도달한 진실이 이 작품의 묘미이자 전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미리니름은 자제하도록 하겠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나는 사람들이 왜 그토록 온다 리쿠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온다 리쿠는 분명 굉장한 필력의 소유자이다. 하룻밤이라는 제한적 시간, 제한적 무대인 텅 빈 집 안, 그 곳의 연인. 이런 설정 아래에서 온다리쿠가 끌어낸 마법은 경이로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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