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마음의 구멍과 마주하다.
주님도 아시다시피 또 다시 토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제가 대체 무엇으로 뱃속을 채우는지, 그건 아시는지요? 그리고 무엇을 토하는지도요? 네? 이미 모든 것을 예견하신 주님…… 제 앞의 무를 더욱 더 똑똑히 보기 위해 저는 변기 바닥을 뚫어져라 응시해요. 제가 게걸스럽게 삼킨 그 모든 건 구역질 나는 공허,제가 토사물을 쏟아내는 건 저의 내장들을 씻어내는 일. 주님, 당신의 눈앞에 저는 번들거리면서 속은 텅 빈, 회한의 악취와 헛됨의 자취를 발산하는 거대한 자루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통브적 문체로 소개된 안느-실버 슈프렌거는 강약 조절이 없는 작가이다. 자극적이고,더 자극적인. 책을 읽는 내내 구역질을 유도하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르는. 그런 그녀가 평온한 스위스를 발칵 뒤집는 작가로 주목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불쾌한 글을 쓰면서도 사랑을 받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참신한 자극, 맛있는 통증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멍 뚫린 아이가 저지르는 죄악. 더 큰 자극을 바라고 상상하게 만드는 필력을 지니고 있다. 굴곡도 없고, 페이스 조절도 없기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독자를 흡수해버지만 그것 자체가 완벽한 스토리에서 정반대의 노선을 탔다는 소리이다.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두서없고 감상적이기만 한,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밀어넣은 자극들에 느껴지는 불쾌감을 해소할 길은 없다. 덕분에 책을 읽고 삼일이 지났는데 여전히 불쾌하고 답답하다. 내 취향과는 맞아 떨어지는 소설이었지만 선뜻 남에게 추천하기는 어렵다고 해야할까?
여담이지만 노통브적 문체로 소개될 만큼 그녀의 문체가 노통브와 닮았다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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