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Posted by 아바래기
2010. 4. 28. 07:0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영화 ‘친정엄마’의 스틸컷

 그제부터 내린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지 어제 하루동안 온종일 내리더라고요. 날씨 탓인가 어제따라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대충 옷을 입고 ‘죽가게’에 들려 평소 즐겨 드시던 ‘호박죽’을 샀지요. 살아생전 자식걱정에 마음 편히 주무시지도 못하고, 맛있는 음식도 당신 먼저 드신 적이 없으셨던 우리 엄마…… 자식 일곱 키우시느냐고 그 예쁘신 얼굴에 주름만 가득 하시네요. 등이 휘고 허리가 굽으셨어도 오직 자식들 걱정뿐이셨던 우리 엄마. 딸 여섯에 아들 하나, 귀하고 귀한 삼 대 독자를 잃고 나서 갑자기 그 현실이 싫고 벗어나 고픈 마음에 스스로가 당신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치매……,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우리 엄마에게 일어났어요. 처음 의사 소견으로는 그 상황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스스로 가짜 치매 환자인척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실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견디기 힘드셨는지 지금의 우리 엄마는 정말 치매 환자가 되어 버리셨습니다.

 병실 문을 열자 그나마 나의 얼굴을 기억하시고는 ‘우리 아가 왔네, 추운데 빨리 들어와’하시면서 침대보로 나를 감싸 안아주셨습니다. 이미 계절감각을 잃어버리신 엄마는 지금이 추운 겨울로 착각하고 계신 모양이네요. 예쁘고 고운 우리엄마, 지금도 칠순이 넘으신 나이 이지만 아직도 고운 우리 엄마… 
 

 “밥은 먹은 거야? 회사는? 너 시집가는 걸 보아야 내가 눈을 감을 수 있을텐데… 우리딸 착하고 잘생기고 돈도 많고 그런 남자에게 시집보내야 할텐데…… ” 

아직도 엄마의 기억 속에 나는 시집 못간 노처녀로 기억되는 모양입니다. 결혼이 늦은 나는 늘 엄마의 고민거리였습니다.

“엄마 셋째 딸 결혼해서 딸도 두 명 낳고 잘 살고 있잖아요. 걱정하시지 마세요” 

내 대답에 “아참, 결혼 했지!”라고 말씀하시고 5분이 안돼서 “너 결혼 해야지”라며 했던 말을 또 반복하십니다. 그러고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시면서,

“내가 왜 이러는지 점점 아무생각이 안 난다.”

 엄마가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있으려면 마음 한 구석이 매어져 옵니다. 그렇게 총명하시고 강인했던 엄마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힘없고 가엾은, 늙고 병든 우리엄마…… 피골이 상접해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날아 갈듯한 당신 모습에 이 죄인은 숨 죽여 운답니다. 병원에 모시기전 잠시 같이 지냈던 3년의 세월이 후회라는 단어로 내 마음을 찢어 놓는군요. 처음에는 홀로 남겨진 엄마가 가여워 망설임 없이 엄마와의 동거를 시작 했답니다. 하루 이틀 시간이 갈수록 생각했던 것 보다 상태가 심각하더라고요. 한 소리 또 하시고 딸들을 도둑으로 몰아세우고 가스불을 마냥 키워놓기 등 등……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사건들이 수도 없이 반복되었지요. 매일 싸우고 울고 또 울고 아이들은 집에 들어오는게 무섭고 지겹다고 방황하고 나는 점점 지쳐가고…이러다간 모두가 몰락할 것만 같았지요. 나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죠. 엄마도 가엽고 마음 아프지만 나의 가정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 무시 할 수 없어 모진 마음을 먹기로… 병원에 모시기로한 첫 날 차마 볼 수 없어 언니들이 모시고 갔어요. 엄마는 놀러 가시는 줄 아시고 “셋째 너도 우리랑 같이 가자”하시며 활짝 웃던 모습이 저를 더욱 힘들고 괴롭게 하더군요. 마치 나이 드시고 쓸모없는 노모를 버리는 것 같은 느낌, ‘나는 죄인이다!’ 라는 외침이 마음 한구석에서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울리는 것 같았어요.

 언니들과 친구들의 “어쩔 수 없어 너도 할 만큼 했다. 마음 가볍게 가져”라는 위로의 말도 소용이 없었어요. 스스로를 위로 해봐도…지금도 병원에 다녀오는 날이면 발걸음도 무겁고 늘 죄인이 된 듯 하답니다. ‘너무 내 자신이 엄마를 일찍 포기한 것은 아닌가?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치매가 천천히 진행되지는 않았을까?’ 내 자신에게 매일 반문한답니다.

 이제는 거동도 제대로 못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그때 조금만 참았으면 엄마를 조금만 더 이해하고 더 사랑 했더라면……후회의 반복입니다. 동시에 나만 보시면 ‘우리 애기,우리 애기’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부모님의 사랑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의 기억을 더 이상 놓치기 싫은 까닭에 가족사진을 가슴에 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보시고 또 보시는 사랑하는 나의 엄마……앞으로는 그 어떤, 작은 기억도 잃어버리시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신의 ‘추천버튼’  클릭 한방이 보다 좋은 새 글을 발행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아래의추천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1. 참 마음이 아프군요.
    저도 일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지만, 어머니 얘기만 들어도 숙연해 집니다. ^^;
  2. 저의어머니는 올해 78이신데 치매까진 아니어도 많이 깜빡 깜빡하시더라구요.
    구월달에 뵈러가기로 햇는데 갑자기 달려가고 싶네요.
  3.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아 맘이 아픕니다..
    살아 계실 때 잘해드리세요...
  4. 콧등이 다 시큰거려지네요.
    이 글을 보니 한국에 노모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5. 후회....
    저도 잘 헤아려드려야 겠습니다......
  6. 아침부터 눈물이 나네요..
    외동딸인 저는 엄마와 더욱 각별한 사이라
    상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힘내세요 :D
  7. 저도 왠지 마음이 짠해져옵니다.
    잘보고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8. 어머님에 대한 정이 애절하시군요~
    그래도 살이 계시니 다행입니다.
  9.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나서 그런지 부모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겠고 그래서 그런가요
    눈시울이 붉혀지는 군요. ㅠ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사이비 전도사에게 거꾸로 전도한 사연

Posted by 아바래기
2010. 4. 2. 08: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친정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신지 어언 2년…매주 목요일이면 나는 어김없이 엄마를 찾아 병원에 간다. 
엄마를 뵙고 온 날은 하루종일 항상 강직하시며 때로는 엄하기까지 하셨던 엄마가 치매로 아기가 되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아이들과 남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엄마의 병문안을 다녀온 목요일이면 난 항상 우울하며 신경질적인 사람이 된다. 

 어제도 엄마를 혼자두고 집으로 가는 나의 발길은 너무도 무거웠다. 갈수록 심해져가는 엄마의 치매증세를 걱정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축 늘어진 나의 어깨를 누군가 잡는 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버렸다. 내 비명에 그쪽도 놀란 기색이었지만 내 어깨를 잡은 사람과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가 얼른 내 손을 잡고 나에게 물었다.

“도를 아십니까?”

설마했더니 역시나 사이비종교의 전도였던 것이다. 인신매매범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한 사람은 내 팔뚝을 꼭 잡고, 또 다른 사람은 내 두 손을 잡으며 나를 붙잡아두고 내게 전도를 할 모양이었다. 내가 얼이 빠져보였는지 집안에 근심 타령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꺼내더라. 나는 “됐어요” 정중하게 말하며 그들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들은 더 심하게 내 몸을 붙잡고 안 놓아주는 게 아닌가? 

말했듯이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진 나는 결국 그들의 손을 거꾸로 잡으며,
 
  “혹시 우주신을 아십니까?”

거꾸로 되물었다. 나의 물음이 당황스러웠는지 그들은 얼른 나를 붙들고 있던 손들을 거두웠다. 나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순간 그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라는 생각에 그 중 만만해 보이는 여자에게 팔짱을 끼며 그녀를 반강제으로 끌고 무조건 같이 가자고 했다. 여자는 처음엔 넋이 빠져 나에게 끌려가더니 아차 싶었는지 얼른 팔을 빼려고 했다. 나는 더욱 언성을 높이며, 

“우주신을 믿으라~!”

그 여자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의 눈길이 우리에게 쏠리며 여자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이 때 같이 있던 일행이 여자의 손을 잡고 도망가듯 사라져버렸다ㅎㅎㅎ그들은 도망치면서도 욕이란 욕은 내게 다 퍼붓더라...미친 X라면서... 

난 정말 내가 미친 X라도 된 듯이 웃어재꼈다ㅎㅎㅎㅎ지금 생각해보면 머릿 속이 하얀 게 아찔해진다. 혹시 아는 사람이 봤으면 어떡하지? 하면서 말이다. 뭐 어떤가? 남들이 보기엔 내가 미친 여자로 보였겠지만 그 순간만은 우울함이 한방에 날라가버린 것 같았으니까. 

내 이야기를 들은 딸내미가 왜 하필 우주신이냐고 물었는데…
“글쎄, 내가 빵상 아줌마의 열성팬이잖아~.”라고 답하고 우리 모녀는 또 한번 배꼽이 도망가는지도 모르고 웃었다..^^ 우리 딸 왈, 학교가서 친구들에게 말해줘야지~. 우아악...내 이미지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1. 빵상 아줌마의 열혈 팬...ㅋㅋ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 빵상 아줌마의 빵빵 터지는 개그(?)가 절 사로잡았다죠~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 좋네요^^ 오늘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2. ..........

    경축, 이제 님은 자제분 학교에서도 망가지시는 겁니다!!!(도피중)
  3. 빵상아줌마 덕분이네요... ^o^
  4. 아하하 재밌어요^^
    전 한번도 저런 분을 만나 뵌적은 없는데
    제 친구한테는 무지 잘 붙더라구요
    이 방법을 가르쳐 줘야겠어요ㅋㅋ
    • 저도 전도는 몇 번 밖에 안 당해봤는데
      이번은 정말 사람을 붙잡고 안 놔줄 기세더라구요...ㅎ
      친구분께도 방법 알려줘보세요~ 어지간한 사이비 전도사는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아요^^
  5. ㅋㅋㅋ 구로디지털역 주변에 많아요~
    "어머 인상이 참 좋으세요!!" 하면서 접근....도를 아십니까?....
    • 이상하게 전도사들이 꼬이는 구역이 있더라구요.
      제가 사는 근처에도 몇 군데 있는데 그곳은 지나갈 때마다
      전도사에게 안 걸리려고 최대한 빨리 걷는답니다. :)
  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주신을 믿으라, 저도 한번 써먹어봐야겠어요, ㅎㅎ
  7. ㅋㅋㅋ저도 한번 해보고 싶은 충동이 드네요.ㅎㅎㅎ
    다음에 한국 가면 구로역으로 가봐야겠네요. 하하하....
  8. ㅎㅎ아 정말 시원 합니다 ㅎ 가끔 정말 아픔이뭔지 자기 잣대로
    그렇게 다니시는 분들 어디까지 예우를 해야되나 싶을때가 있거든요 ㅎ

    요즘은 아파트 현관문에 카드를 꼽아놔서그런지 그런방문이 뜸해졌네요
    만약이렇게 저한태도 그런다면 과연 저도 그럴수 있을까 ㅎㅎ
    • 저도 평소엔 그런 전도 최대한 피하거나, 빠져나올 생각만 했는데 갑자기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정말 속 시원했어요 :)
  9. 그리고 보니 '인상 좋다며 접근' 당해보지 못했군요 ...흐흐"
    • 인상 좋다고 접근해놓고...얼굴에 근심이 가득 찼다고 말하는 건 무슨 뜻일까요? 참 알 수 없는 사람들이죠? ㅎㅎ
  10. 아악~ 완전 통쾌 상쾌 유쾌 발랄한 이야긴데요 ㅋㅋ
    아바래기님 진짜 멋집니다~ 저도 그런 상상을 하긴 했지만 실천은 못했거든요
    근데 진정 용자세요 ^^;
    저도 담에 함 해볼까~ 이글 보고 용기를 얻고 갑니다 ㅎㅎ
    • 용자라니~.
      전 사실 소시민 중의 소시민...얼마나 간이 작은지~그 날은 정말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언제 한번 몹쓸 전도사를 만나면 우주신을 외쳐보세요ㅎㅎ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바래기님.....멋지네요. 저도 한 번 도전해보아야겠구<<
  12. 오호... 그런 방법이면 그 사람들 떨어져나가는군요.ㅋㅋㅋ
    다음에 한번 시도해볼까봐요.
    단, 주위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낭패!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