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한번 마주쳤다는 이유로 뺨 맞은 우리 딸

Posted by 아바래기
2010. 11. 5. 06: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어제 작은 딸아이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집으로 도망치듯 들어왔습니다. 부엌에서 아이들 간식을 만들고 있던 저는 깜짝놀라서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지원아! 대체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습니다. 딸아이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숨이 차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일단 차가운 물을 한 컵 따라서 주었어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딸아이가 좀 진정이 됐는지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그 언니 봤어. 그 언니가 우리집 근처에 있어!”

-영화 속 불량청소년의 모습
 저는 딸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도통 알아들 수 없었는데 불현듯 뭔가 짚이는 구석이 떠오르더라구요. 그건 올 3월에 있었던 우리 딸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던 바로 그 일이었습니다.
 
 새학기를 맞은지 얼마 안된 올해 봄 3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새로 사귄 같은 반 친구들과 동네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사고 오겠다고 저녁 7시쯤에 나간 작은 딸아이는 밤 9시가 됐는데도 연락 한번없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서 여러번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고 심지어 친한 친구들한테 연락도 해봤지만 딸아이와 연락이 닿질 않았지요. 왠지 모르게 그 날따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서 제가 초조해하니까 남편이 친구들과 놀다보면 좀 늦을 수도 있다면서 저보고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일단 남편의 말대로 그냥 기다려보려 했지만 왠지 불안해서 저는 계속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이상한 예감에 불안해하고 있는 저를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바로 딸아이의 전화가 신호음이 간지 얼마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뚝뚝 끊기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적이 한번도 없는 아인데 마치 제 전화를 피하듯이 전화를 끊어버리는 게 수상할 수 밖에 없었죠. 제 불안감은 극에 치달았고 저는 안되겠다 싶어서 동네를 한번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때쯤 딸아이에게서 문자 한 통 왔더군요.

 『엄마 전화하지마 금방 들어갈거야 그니까 절대로 전화하지마』

이렇게 말이죠. 사실 우리 작은 딸이 애교가 참 많아서 문자 한 통을 보내도 이모티콘이나 하트를 붙여서 보내는 아인데 그런 것은 고사하고 절대로 전화하지 말라는 말만 하는게 제 마음에 너무 걸리더라고요. 일단 딸아이가 문자를 보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긴 했는데 영 불안해 결국 남편과 함께 딸아이를 찾아 동네를 한번 훑어봤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가 없었지요. 불안한 마음만 잔뜩 안고 집으로 들어와서 저는,

 “여보,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이건 신고를 해야할 것 같아.”

라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좀 전만해도 기다려보라고 했던 남편도 역시 느낌이 이상한지 그래야겠다고 하더군요. 다시 겉옷을 챙겨입고 동네 지구수비대에 가려는 순간, 딸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문열어’하며 문을 미친듯 두들기더군요. 
-영화 속 불량청소년의 모습
머리는 누군가에게 쥐어뜯긴 듯 산발이 되고, 얼굴은 뻘겋게 부어올라 엉망인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우리를 보자마자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나는 너무 놀래서 일단은 딸아이를 감싸안았는데 딸아이의 몸은 얼음처럼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제 품에서 울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딸아이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딸아이가 친구들과 서점에서 책을 사서 나오는 길이었는데 그 앞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4명과 마주쳤다고 해요. 그 언니들이 화장도 좀 진하게 하고 옷차림도 불량스러워 보여 시선이 자기들도 모르게 그 쪽으로 갔나봐요. 제 딸은 언니들 인상이 너무 무서워서 바로 눈을 바닥으로 내려깔았는데 그 순간 그 여학생 중 한 명이,

 “이것들이 미쳤나. 어디 눈을 치켜올리고 야리고 지랄이야? 눈알 안 깔아?”

다짜고짜 욕을 했다고 해요. 아이들은 순간 얼음이 되었대요. 아이들은 일단 무서운 마음에 ‘안 봤는데요’하고 대답을 했더니 말대꾸를 한다면서 다짜고짜 4명이 아이들을 둘러싸면서,
 
 “따라와라 좋은 말로 할 때~”

하면서 협박을 했대요. 딸아이 말로는 그 순간 바로 도망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벌써 자기들 교복과 교복에 달린 명찰을 본듯 싶어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고 하네요. 결국 순순히 그 여학생들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렇게 그들만의 아지트로 끌려간 딸아이와 친구들. 겁먹어서 그저 따라가느냐고 어딘지도 잘 모르지만 대충 역 근처에 있는 인적이 드문 골목즈음이라고 하더군요. 벌써 날은 어두워졌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더욱 없었기에 아이들은 공포심에 떨었다고 합니다.

 그 불량청소년들은 아이들에게 ‘앉았다 일었났다’를 백여차례 시킨 뒤 잘못했다는 말을 몇 번이고 소리내서 하라고 시켰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반항도 못한채 그들의 요구대로 했지만 그 여학생들은 분이 안 풀리는지 결국 나란히 세워놓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기도 하고 뺨을 번갈아면서 때렸다고 합니다. 그 중 그나마 착한 여학생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말렸다고 해요. 그러면서 우리 딸은 째려보지 않았다고 때리지 말라고 해서 다섯대 정도만 맞고 딸아이의 친구들은 최소 40대씩 맞았다고 해요. 그렇게 실컷 때려놓고는 입막음용인지,

 “오늘 너네가 운이 없었던거라고 생각해라”

면서 근처 슈퍼에서 딸기우유 하나씩 사주고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물론 마지막으로 보내 줄 때까지 계속,

 “너네 학교,반,이름 다 알았으니까 어디다가 꼰지르기만 하면 알아서 해라.”

 라고 협박을 했대요. 제가 뭐하러 반이랑 이름 다 알려줬냐고 하니까 그 여학생들이 이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일진들이라고 해서 겁을 먹어 다 실토했다고 하는거예요. 그 학생들은 신고해봤자 소년원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그 뿐이라며, 그 뒤는 너네가 알아서 생각하라며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겁먹였대요. 

 딸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나니 분해서 손이 다 떨리더군요. 저희 부부도 손 한번 대보지 않은 작은 딸이 이렇게 어이없는 이유로 맞고 들어온 걸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죠. 그 여학생들의 협박 때문에 겁을 먹어 딸아이가 신고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당장 지구수비대로 달려갔습니다. 혹시 몰라 디카로 딸아이의 부은 얼굴도 미리 찍어둔 상태에서요. 수비대에 이 사건에 대해 신고하자 당장 순찰을 돌아주시겠다고 해서 순찰을 돌았지만 그 학생들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다음날 딸아이가 그 여학생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고등학교에 연락해봤지만 그런 학생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출한 비행청소년들이 거짓으로 학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 여학생들을 잡아 처벌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뒤로 그 여학생들은 아예 볼 수 없었고 결국 흐지부지 사건은 끝나버렸죠. 

 그 후로 7달이 지난 오늘, 딸아이가 드디어 그 여학생 중 한 명을 만난 것입니다. 딸아이 말로는 집 앞 근처에서 그 언니를 본 것 같아서 일단 집으로 도망쳐왔다는 거예요. 저는 이번에야말로 잡겠다는 마음으로 슬리퍼 바람에 집 앞 근처로 달려나갔습니다. 근데 딸아이가 말한 여학생은 그 근처에 없더라고요. 정말 아쉬운 마음에 제가 씩씩거리면서 딸아이에게,

 “정확하게 어디서 본거야? 걔가 맞긴 맞는거야?”

하고 물으니 딸아이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요.

 “글쎄…언뜻 보니까 그 언니랑 너무 닮아서 그냥 미친듯 뛰어왔어. 그 언니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지난 사건으로 너무 놀란 딸아이가 딸아이 말대로 어쩌면 그냥 착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 날의 악몽이 얼마나 잔혹했으면 7달이 지난 지금도 저렇게 벌벌 떠는지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요즘 심심치 않게 무서운 10대들의 범죄 사건에 대해 듣게 되는데 갈수록 이런 일이 자주 보이는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섭니다.

 딸아이가 빨리 이 일을 잊었으면 좋겠고 아이들을 마음놓고 밖에 풀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1. 어찌된게 예나 지금이나 참 변한게 없어요. 자 기억은 정말 평생 남아서 움츠러들게 할수 있어여. 어떠한 방식으로든 극복을 해야함다
  2. 아이들이 겁을 먹어 그렇지 괜찮습니다.
    그런애들은 겁을 먹으면 더 얕잡아보니 없었던
    일로 여기고 편안하게 다니라고 그러세요.
  3. 딸아이 세상밖으로 내몰기 겁나는 요즘입니다.
    얼른 마음 추스렸으면 합니다.

    잘 보고 가요.
  4. 저도 딸아이가 있는데 참 걱정스럽습니다.
    따님의 맘의 상처가 빨리 회복되길 바랍니다
    • 2010.11.05 07:57
    비밀댓글입니다
  5. 헐..동네 양아녀 들이 있었나봅니다..
    요즘 눈만뜨면 보이는게 저질양쥐+폭행+선정물들이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것 같아요..ㅠ
  6. 아 어쩜 이런일이 여전히 벌어 지고 있군요 세대개 변해도 참 ~
    우리때는 그러면 내 눈이 더 크게 떠지면 알아서 포기하드만
    요즈은 것두 아닌 가베유 ㅎㅎ 지고는 안 살아 봐서 ㅎㅎ건딜면 다죽었으 ㅎㅎ

    가끔 우리 어린 현진이 놓고 친구랑 이런저런 경험담을 들려주면
    엄마짱이라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그게 먹힐지 ..
    슬기롭게 헤쳐 나아갈 때에요~

    사람이 이야기만 하더라도 상대방의 눈을 보고 이야기 해야 하는데
    이게 과연 처다만 봤다고 이런 행태가 벌어지다니요~

    그래도 착한 애들이 더 많겠죠^^
  7. 요즘 정말 세상이 무서워지고있어요....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위해서는 이겨내야할것같아요 !!
    얼른 추스리고 항상 밝은 모습이였으면 합니다
  8. 에구... 그 애들이 또 나타나는게 문제가 크네요.
    따님도 놀란게 잊혀질라면 시간이 걸리겠어요.
    성년이 되면 좀 덜해지겠지만 정신 적인 충격을 어찌해야 할지 걱정 되네요.
  9. 이런 불량학생들이 활개치니 말세입니다.
    따님의 마음을 다독여 주세요~
  10. 솔직히... 제 발언이 조금 과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교화도 못 시키는 소년원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속마음 같아서야 확 따로 일평생 저런애들은 격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11. 요즘은 아이들도 마음 편하게
    키울수 없는것 같아서 참 씁쓸한것 같아요 ㅠ
    즐거운 하루보내세요~!
  12. 따님 마음 잘 추수리고 움츠러들지 않게 해야할꺼 같아요.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훌훌 털어버렸음 좋겠습니다~
  13. 세상에..너무 하네요..
    갈수록 왜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14. 이제 다시 복귀하신 건가요?^^
    오랜시간 부재 중이셨는데...
  15. 참 무서운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네요.
    따님 얼릉 지나간 일 잊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랩니다.
  16. 세상이 왜이러는지..
    울 아이들도 이런 일들을 보면 걱정 부터 앞섭니다.
  17. 아유~정말 혼비백산 했을것 같으네요..
    요즘 아이들 넘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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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행 당한 여자를 구한 버스기사의 재기

Posted by 아바래기
2010. 10. 29. 06:30 소소한 일상 이야기
 며칠 전 딸아이가 인터넷을 통해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라는 다큐멘터리의 캡쳐본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전체 내용은 아니고 다큐멘터리의 일부분이 담겨있는 캡쳐본이었는데 너무 충격적이라면서 저보고 보라고 한 것이지요. 딸아이가 보여준 캡쳐본은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승객이 그녀를 외면했다는 기가 막히고 분통터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

 딸아이의 물음에 맞장구를 쳐주려다가 불현듯 10여년전의 기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입을 앙 다물수 밖에 없었습니다. 10여년 전, 나 역시 ‘그녀’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中
 저의 부끄러운 기억은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둘째 언니가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공연을 보여준다고 하길래 저는 안양에서 서울까지 올라갔습니다. 가슴 설레는 공연을 보고 언니가 사주는 밥까지 맛있게 얻어먹은 저는 해가 질 무렵, 언니와 집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운이 좋게 우리 두 사람은 앞자석,뒷자석 붙어 앉게 되었고, 자연스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죠.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버스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류장에서 섰고,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타는데 심상치 않은 남자가 올라타더라고요.

 덩치도 크고 왠지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지는 인상에다가 모자까지 꾹 눌러쓴 남자의 등장에 언니와 저는 그 남자를 한번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가 꺼내든 것은 종이뭉치였습니다. 남자는 종이뭉치를 들고 크게 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여러분! 큰 집에서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열심히 좀 살아보려 하는데 한번 도와줍쇼.”

지금 들으면 왠지 유치한 말을 꺼내면서 일장연설을 시작하더라고요. 듣고 싶지 않아도 목소리가 워낙 커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다들 그 남자의 연설을 듣긴 했지만 얼굴에 칼자국까지 있는 험상궂은 인상에 하는 몸짓도 껄렁껄렁한게 한마디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다들 알게 모르게 남자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대충 연설을 끝내고 앉아있는 승객들 무릎에 조금 전에 읊었던 종이를 한장씩 올려두었습니다. 버스 안을 한바퀴 돌면서 종이를 돌린 남자는 다시 한바퀴 버스 안을 돌면서 종이을 걷으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남자의 한번 도와달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죠.

 귀찮은지 겁이 나서인지 돈을 몇 푼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까지 모르는 척 창밖만 보고 있었습니다. 종이를 거의 다 회수할 무렵, 희생양 ‘그녀’의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씨X! 나도 좀 먹고 살자고! 도와달라고 한 거 못들어? X같네 진짜!”

남자의 욕설이 터지는 동시에 한눈에 봐도 연약해보이던 그녀의 뺨이 돌아갔습니다. 어찌나 인정사정없이 뺨을 때리던지 두 세번 쳤을까요? 촥촥~ 살벌한 소리와 함께 여자의 코에 피가 팍 하고 터졌습니다. 그 광경이 얼마나 살벌하고 생생한지 그녀의 코피가 그녀의 하얀 블라우스 적신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순간 버스 안은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함에 휩싸였습니다. 그 놈은 적막함에 취한듯 더 살벌하게 눈알을 부라리면서 썅욕을 하며, 

 “내가 몇년만에 깜방에서 나왔는데 참사람으로 살아가려고 고개까지 숙였는데 니네들까지 날 무시해?”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발로 좌석을 펑펑 까더라고요. 그 코피 터진 아가씨는 큰 소리도 못낸채 바들바들 떨고있더라고요. 

 사람들은 남자의 살기에 눌린 듯 다들 공포심에 떨고 있었습니다. 저는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 아가씨가 너무나 걱정이 되서 다가가 손수건이라도 건내주려고 반쯤 일어섰는데 제 뒤에 앉아있던 언니가 저를 무조건 잽싸게 주저앉히는 거예요. 

 “너 나서지마. 저런 놈들은 사람 죽여도 아무렇지 않은 새끼들이야. 무조건 조용히 있어.”
 “그래도…”

저는 그래도 그녀가 걱정되는 마음에 일어나려고 했지만 언니와 나의 수근거림을 들은 그 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어찌나 눈빛이 살벌한지! 순간 부끄럽게도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모두 그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바닥만 보고 있더라고요. 그 놈은 의기양양해서 일부러 주먹질 하는 시늉을 하며,

 “어차피 인생 쫑친거 같이 한번 죽어볼래? 이것들이 진짜 승질나게 하네! ”

가래침까지 퉤퉤 뱉더라고요. 한마디로 버스 안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남자는 버스를 완벽히 장악했고 마치 시간이 멈춰져있는 듯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버스 안 공포의 시간은 계속 되었습니다. 남자는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 하다가 불현듯 아까 자기가 때린 아가씨 앞으로 가더라고요.

 “시X! 언제까지 질질짤래? 너 죽어볼래?”

그러면서 남자는 또 다시 그 여성의 뺨을 때리는거예요. 정말 이러다가 저 여자가 어떻게 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서면서 이러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이 상황 자체가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특히 건장한 남자 서너명이 있었는데 뭐하고 있는지 화가 치밀더라고요.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있는 찰나!

 버스가 말그대로 미친 듯한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나가더라고요. 사실 다들 바닥만 보느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돌진을 하니 다들 놀랄 수 밖에 없었죠. 물론 놀라기는 그 놈 마찬가지였습니다.

 “야 뭐하는 거야! 차 못세워? 당장 차 세워!”

 남자의 위협적인 협박에 기사 아저씨도 무척이나 긴장했겠지만 아저씨는 끝까지 차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아저씨가 어디를 향해 달렸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파출소! 파출소를 발견한 그 놈은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너 죽을래? 한번 죽어볼래?”

기사아저씨를 향한 그 놈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파출소 코 앞까지 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죠. 결국 문은 열렸고 그 미친 놈은 말그대로 미친듯이 달아났습니다. 그 놈을 잡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렇게나마 일단락 된 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버스기사 아저씨의 용기와 재기에 박수를 치며 그 끔찍했던 시간은 끝났습니다. 벌써 10년이나 지났지만 이와 비슷한 사건을 보면 뇌리에 고스란히 남은 이 사건이 떠오릅니다. 저 역시 이렇게 끔찍한데 그 때 폭행당한 아가씨는 얼마나 끔찍했을까요?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 때 선뜻 나서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제가 그 아가씨를 돕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 2010.10.29 06:52
    비밀댓글입니다
  1. 그때는 저런 놈들 많았죠.
    저도 뭐 그리 인상이 좋은 편이 아니라, 마주 쳐다 보니 그냥 외면하던데요? ^^;
  2.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 너무 기가 막혀서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3. 요즘은 그나마 덜하지만 옛날엔 비슷한 예가 많았었죠.
    그래도 인상만 썼는데 폭행까지 했다니...헐~~
    그 당시는 버스기사들이 파출소 앞에 차 대는게 예사였었죠.
  4. 백주 대낮에 어찌 이런 일이~
    그 운전자 존경합니;다.
  5. 기사아저씨 참 용감하셨던 것 같아요.
    존경스럽기조차 합니다.
  6. 거참... 10년전 일이라지만..
    살짝 어이가 없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네요.

    요즘은 함부로 도와주다간 덤탱이까지 쓰는 세상이다보니...
  7. 10년전이였다면 기사분 보호하는 칸막이가 없으셨을텐데요..
    용기가 대단하셨던것 같네요
  8. 운전기사가 그래도 순간적으로 찬스를 잘 이용했군요.
    아무리 못된 놈이라도 파출소에서 사람을 폭행하지는 못하겠지요.
  9. 안녕하세요?
    부천시 공식블로그 판타시티입니다. ^^

    10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요즘도 그런 일이 있을까요? 에휴...
    글 잘보고, 추천하고 갑니다.
    저희 블로그에도 놀러와 주세요. ^^
  10. 정말 기가막힌일이군요..글을 읽다보니 부들부들 떨립니다.
    휴..
  11.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쩝..

    잘 보고 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12. 참 어쩌구니가 없군요 콩밥을 덜 먹고 나온듯 하네요^^
  13. 읽으면서 가슴이 부글부글...잡았으면 좋았을텐데요.
  14. 지나고 나면 누구나 후회되는 과거의 순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길...
  15. 요즘에는 이런 일이 없겠죠??
    10여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니 정말....

    잡혔을까요?
  16. 읽으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쉽지는 않을겁니다.
  17. 아바래기님... 저 이 포스트를 읽고 나서 며칠간... 계속 그 장면이 상상되면서 죽겠습니다. 약간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것 같아요..ㅜㅜ 평소에 버스를 자주 타는 편인데, 조금만 험한 인상의 남자가 타기만 하면 바짝 긴장하게 되고, 내 옆으로 오는 것 같으면 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얼른 일어나서 멀리 피하게 되네요. 버스 정류장에서도 마찬가지고...;; 얼마 전에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고생했는데, 님의 체험담이 너무 생생해서 이것도 그에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집에만 콕 들어박혀 살아야 할라나봐요..;;
    • 아바래기가 공연히 빛무리님을 놀래켜드린 듯 싶네요 :)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고 요즘엔 저런 상술을 부리는
      못된 사람도 많이 안 보이는 것 같으니 긴장된 마음 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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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훈계하다?

Posted by 아바래기
2010. 4. 28. 10:03 소소한 일상 이야기

몇 개월 전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MBC 스페셜 ‘목숨걸고 편식하다’에서 따온 ‘목숨걸고 훈계하다’라는 타이틀로 오늘의 글을 시작해봅니다.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포옹’을 하고 있던 자신과 여자친구에게 ‘훈계’를 한 50대 행인을 20대 남성이 폭행했고 결국 행인이 숨졌다는,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젊은 세대를 훈계하다가 큰 코 다친 어르신들은 한 둘이 아닙니다. 담배를 펴는 고등학생을 ‘훈계’하다가 살해당한 할머니, 아들을 ‘훈계’하다가 폭행당한 아버지, 중학생에게 ‘훈계’하다가 폭행당한 여교사 등등. ‘훈계’의 대가는 상상이상입니다. 이제는 ‘훈계’도 ‘목숨’ 걸고 해야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오늘 방송을 보니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리지 않으셨던 웃어른들께 가르침을 받고 그만큼 보살핌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던 우리 시대와는 다르게 요즘 시대는 어른들의 ‘훈계’와 ‘관심’을 ‘사생활침해’로 여긴다고 합니다.(모두가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은요.)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의 ‘훈계’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인지하고 ‘방어태세’를 취하는 것이라고요. 세대간 소통의 부재와 문화적 갈등은 다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왔습니다. 우리 세대와 우리 아래 세대와 그 아래 세대, 전혀 다른 곳에서 온 세대처럼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다른 문화 속에 있습니다.

 이번 사건만 해도 20대가 지나친 대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포옹’만으로 ‘훈계’하려 든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과 어른들 앞에서 ‘포옹’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겁이 나서 넘어가는 것뿐이라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요즘 세대가 지나치게 무서운 것인지, 우리 세대가 한심할 정도로 무능한 것인지는 백날 따져봐야 논란만 가져올 것이고 새로운 해결방안이 될 수 없을 겁니다. 우선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인정한 후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받아들여야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자유와 방종의 선을 긋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언제까지고 ‘자유’와 ‘방종’을 구분짓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딸아이의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봉변’을 당해야만 했던 피해자를 기리며 부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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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 안타까운 일이로군요.
    이 모든 것이 어른의 권위가 인정받지 못 하기 때문이겠지요?
    갈수록 그 갭은 커져갈 것이고, 나중에 얘들이 자라서 어른들은 쓸모없으니 저기 먼 혹성으로 다 보내버리자고 할지도... ^^;;
  2. 정말 세상이 어떻게 되가고 있는 건지요?
    참 답답한 마음 뿐입니다.
  3. 제목 그대로 인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저부터도 고등학생 몇 명만 모여서 담배피우는 모습을
    봐도 함부로 얘기 못하겠더라구요.
  4. 저도 좀 꺼려지더라구요.. 요새는 애들한테는 씨알도 안먹혀요 ~_~;;
  5. 저는 잘 먹히던데 ....얼굴이 무기인가요 ㅠㅠ;
  6. 헉;;; 이런 일이 있었군요...;;
    무섭네요~-_ㅠ

    저분의 사연도 안타깝습니다.
    따님 결혼식을 얼마 안두고 일어나셨다니...에휴...
  7. 그런 일이 있었군요. 천암함 사건과 필리핀의 반정부 시위에 골머리를 요즘 썩고 있어서
    세상에 다 관심을 갖기 힘들었는데, 훈계가 아닌 사생활 침해로 받아들인다가 좀 더 대세로 굳어지는 듯 합니다.
  8. 요즘은 함부로 훈계도 못하는 세상이니
    어찌 험한 세상이 아니겠어요..휴~
  9. 어쩌다 이런일이--;;너무 심하네요...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에요..ㅠㅠ
  10. 길가다 불끈불끈할때가 많은데...
    세상이 그러니...많이 움츠려들더군요.....
  11.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군요...
    점점 기본과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12. 정말 기가 찰 노릇이로군요......

    저건 뉘집 자식인지 정말.....인생이 불쌍합니다.....
  13. 허걱~ 말도 안되는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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